야야네가 사는 이야기
아들이 크니께 힘으로 안되서 인자 꼼수나 쓰지요
야야선미
2001. 9. 1. 09:29
버즘나무 언니요, 우리 영우하고 싸우던 일이 생각나네요. 작년에 아아 아이네 그러니께 영우 중핵교 2학년 때 일입니다. 컴퓨터 오락을 그래 많이 하는 기라요. 고마 해라, 인자 됐다, 고만 작작해라, 니 이 일을 우야면 좋노? 컴퓨터 갖다 뿌싼다이, 야단치는 강도는 점점 더 쌔지는데 이놈의 서랍 속에는 씨디가 점점 늘어가는 깁니더. 돈만 생기면 게임천국인가 하는 책 사다 나르고, 게임씨디 사다 나르는 겁니더. 한번 마음먹고 서랍을 뒤지니까 한 보따립니더. 확 갖다 안 내삐리나? 입이 툭 튀어 나와서 들고 나가는데 슈퍼에서 들고 온 큰 비닐 봉지에 가득합디더. 그라고 두어달이나 됐을란강? 여름방학을 해서 집에 같이 지내는데 보름이 지나도 책상 앞에서 공부하는 모습이 안 보입니더. 하모 하나, 인자는 하겠재 하고 기다린 기 보름입니더. 벼르고 있던 어느 날 서랍을 여는데 또 씨디가 가득찼더라고예. 침대밑을 디비니까 거도 쑤셔 넣어 놨고... 모두 꺼내서 놓으니 종량제 봉투 50리터 자리에 가득 찹디더. 50리터짜리 거기 얼마나 큰지 압니꺼? 한 봉지 갖다 버린 지 몇달이나 됐으면 또 말도 안한다. 기가 꽉 차데요. 썽을 삭히느라 한참을 있었지요. 우예 저 아아를 감화를 시키노? 머리를 짜내도 별 방법이 없데요. 극약처방! 중핵교 2학년이나 된 놈이 통하겠나 싶었지만 그래도 딴 방법이 생각이 안나서 밀고 나갔습니다. 목소리 낮춰서 영우야! 니가 그래 공부에 생각이 없는 줄 내 몰랐다. 그것도 모르고 내가 니 공부하기만 기다려서 닌들 오죽 마음이 되겠노? 내 오늘에야 니를 바로 보게 됐다. 그래, 하기 싫은 공부는 때리 치우고, 니 하고 싶은 길을 찾아 봐라. 방학이 한 보름은 남았으니까 낼부터 열심히 니 살 길을 찾아서 다녀봐라. 사람 사는 길이 어데 머리 싸매고 공부하는 길 뿐이겠나. 길은 여러가진데 우리가 모르게 있는기겠재? 니가 정말 하고 싶고, 그 길이 니 살 길이라면 니 길로 따라주께. 가마이 있더라고예. 그래, 더 쪼아야 된다. 그라고 책은 인자 이리 갖고 온나. 공부도 안할낀데 거어다 쌓아 놓으면 내가 자꾸 미련이 안 생기겠나. 고마 태워삐리고 다른 길을 같이 알아보자. 내가 소리를 지르는 것도 아닌데 겁을 딱 묵고 책을 들고 오데요. 가스렌지 불 켜라. 분위기에 눌렸는지 불을 켜고 책을 딱 올리데요. 그래 한 몇 권 태워야 겁을 묵겠재, 연기가 나도 꾹 참고 기다렸습니더. 까짓거 방학 마치고 대청동 헌 책방에 가서 사면 되겠지. 그런데 가스렌지를 내려다 보고 있던 글마 어깨가 들썩거리는 깁니더. 아하, 약발이 있구만. 저는 계속 씨게 밀고 나갔지요. 그래 고마 내친 김에 더해야된다. 니, 우나? 공부에 미련도 없는 놈이 울긴 와 우노? 그래 맞다. 이기 니 평생 책을 만지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데 눈물이 나기도 날끼다. 그런데 그 때까지 방에서 숨소리도 안 들리던 저거 아바이가 나와서는 집 다꺼실린다 머하노? 태울라카면 저어 산에 가서 태워야지. 거 불 끄고 자리에 다 넣어라. 어데서 꺼냈는지 시골에 갖다드릴라고 넣어두렀던 쌀자리를 턱 던져 주데요. 한편으론 이 일을 언제 고만두게 해야 극적일까 고민하던 나는 고마 못 이긴척하고 아아를 자리에 앉혔지요. 목소리를 더욱 낮게 깔고. 그런데 영우야, 내가 와 이래 슬프노? 힘이 빠지는 기 살 맛이 안나노? 니가 서인이만 할 때, 글도 안 갤찼는데 어느 날 글도 줄줄 읽고, 그 긴 동화책을 한 권 다 외워서 우리 식구들을 얼마나 흥분시켰는지 아나? 또 니가 얼마나 엄마를 감동시키는 말을 많이 했는지 니는 모르재? 니를 키우는 내내 내가 얼마나 흥분하고 들떴는지, 입만 열면 니 이야기가 나왔는지... 그라고 분위기를 더 잡고 한참 쉬었어요. 녀석은 인자 아예 쿨쩍쿨쩍하고 소리를 내어 웁니다. 꿇어 앉아라 안했는데도 떡 꿇어 앉아가지고. 그래, 인자 분위기가 잡히는구만, 고삐를 더 단단히 죄어야지. 니를 키우는 내내 그래 즐겁고 기쁠 수가 없었다 말이다. 그런데 지금 니가 보이주는 이기 무슨 모습이고? 공부? 그거 일등해라 안 캤다. 그래도 내 아들 김영우는 지 기본은 할 줄 아는 놈, 시간을 활용할 줄 아는 놈, 장래를 한 번 쭘 생각하고 그게 맞게 애쓸 줄 아는 놈이라고 믿었다. 믿었다에 더 힘을 주고 또 좀 쉬었어요. 그런데 내가 오늘 와 이래, 허전하노? 좀 쉬었습니다. 더 흐느낄 시간을 주었지요. 정말 나는 힘이 빠진다. 내 그렇게 기쁘게 키운 아들이 요런 게임에 빠지가 , 그 유혹하나 못 물리치고 정신 못차리는 놈이라 생각하이.... 정말 내 가슴이 이래 허전하노. 진짜 기운이 안 난다. 우는 소리는 더 커지고 나중에는 아가 숨도 못 쉬고 흐느낍디더.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서 흐르고. 아, 인자 마무리를 우예 해야되노? 참 난감하데요. 방에서 꿈적도 안하는 저거 아바이를 한번 치다봤습니더. 가마이 있던 김수철. 내 얼굴을 한번 보더마는, 짜슥이 울기는. 됐다, 내 등이나 쫌 밀어도. 욕실로 데리고 들어가데요. 내참, 내 평생 그 때가 김수철이 젤 맘에 드는 순간이었습니더. 지금 생각하이 글마가 와 그래 분위기를 잘 탔는지 모르겠는데, 하이튼 그래 눈물을 빼고 나더마는 그 약발이 한 석달은 가데요. 아, 서글픈 엄마. 지금 내 말은 인자 힘으로 안되니 이렇게 꼼수를 쓰는 내가 한심스럽다는 거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