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우랑 서인이랑

별들의 잔치

야야선미 2001. 11. 19. 09:28

무너미는 잘 갔다 왔습니다.
설거지할 때 심심하긴 했지만 다른 분들이 오며가며 들어와서 도와주더군요.
밤에 귀여운 이은영땜에 즐겁게 잠을 설치기도 하고, 혜숙이가 사온 순대가 맛있어서 와, 우리 동네는 이런 거 안파노?  그라면서 마구 주워먹기도 했습니다.
혜숙. 부산에 어데 그런 거 파는가 알아보자.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자알 갔다와서.
밤에 자는데 무다이 김수철이 식구들을 깨우고 난리가 났어요.
떨어지지도 않는 눈을 비벼서 억지로 일어나 앉아 시계를 보니 1시 30분.
"이 야밤에 와 이랍니꺼?"
"우리 별똥별 보러 가자."
"뭐어?"
"오늘 별똥별이 무더기로 쏟아져 내린다더라. 김영우 어서 옷 입어라 두꺼운  입어야 된대이. 서인아 어서 일어나봐라. 니 별똥별 안 봤재?"
자다가 깬 우리들은 아무 정신도 없어요.
혼자서 영우 깨우고 정신 없이 곯아떨어진 서인이 옷 입히고 난리예요.
Wk증이나서 막 퍼부을라카다가
우리끼리 먼데 갔다온기 미안해서 고마 하자는대로 해 주자 싶어서
옷을 주섬주섬 챙기입었지요.
자다가 깬 영우란 놈도 저거 아버지한테는 거역을 못하니 따라나오데요.
여전히 이승저승 분간도 못하는 서인이를 둘둘 말아서 업고 차에 탔어요.
"산 꼭대기로 가야 잘 보이니까, 우리 양산에 목장 있는데 거어 가재이."
혼자서 들떠서 차를 몰고 가는데 옆에 앉은 나는 눈이 자꾸 감겨요.
어디까지 왔는지도 모르고 딸려 가는데 운전하는 김수철만
와아~
우와와~
아, 저어 봐라
혼자서 탄성을 지르다가 우릴 깨우다가 차암.
그렇게 산꼭대길 올라갔더니 새벽 두시 반이예요.
아무도 없는 꼭대기에서 우릴 끄잡아내라 놓고 
저 우에 우리 머리 꼳대기에 젤 밝은 거 있재? 저기 목성이다. 영우야 저어 봐라 저거 오리온 자리 있재?"
"미야 저기 북두칠성 있재. 와아 그런데 여기서 보이까네 억수로 크네."
"인자 진짜 시작이데이. 2시 39분부터 마구 떨어진다 했거든."
잠도 덜 깬 우리가 어떤지 저쩐지 눈치도 없는 김수철은 여전히 시계를 보다가 동쪽 하늘을 보다가 서쪽을 보다가 누워 보다가 차에 등을 대고 기대어 보면서 설쳐 댑니다.
참 별이 빛났습니다.
자는 사람 깨워서 이기 뭔 짓이냐 싶어 짜증이 나는 걸 억지로 숨기고 신랑 비위 맞춰 주느라 참 말도 못하고 따라 나왔지만
반짝거리는 별들을 보니까 그 맘들이 싹 없져 지더라고요.
"어머니 저기요."
졸면서 따라온 영우도 기분이 좋아졌는지 소리를 지릅니다.
싹, 반짝 싸악, 팍, 반짝 싸아악.
어떤 건 그냥 그 자리에서 반짝하고 끝나버리더니 어떤 건 제법 길게 줄을 그으며 사라집니다.
"저기"
"여기"
"아아, 저어 봐라."
곯아떨어져 정신이 없는 서인이만 빼고 우리는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영우는 인제 기분이 풀리다 못해 군기까지 빠져서
"박상궁한테 별 봐라고 전화 해야지."
하더니 핸드폰을 두드립니다.
"야, 임마. 지금이 몇 시고? 새벽 세시다 세시. 어데 전화하노? 그 무수리는 잠도 안 잔다카더나."
이기 오메 아베를 옆에 두고 그 시각에 여자친구한테 전화를 하는 겁니더.
"무수리는 어머니가 무수리고. 갸는 박상궁."
들은 척도 않고 번호를 눌리는데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참 고소하대이.
짜아슥. 별똥별을 보이까 여자친구가 생각나는 모양입니다.
지나가는 차 한대 없는 깜깜한 산꼭대기에서 그렇게 떠들다가 내려왔습니다.

서인이는 갈 때와 마참가지로 담요에 둘둘 말아 업어다가 침대에 던지다시피 내려 놨는데 여전히 코를 곱니다.
지는 밤새 뭔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잠만 잔 것이 억울이나 할까?
그라고 오늘 우리는 지각했습니다.
눈 뜨니까 8시 27분.
첫째시간 구워먹었지요.  (2001. 11. 19 .부산글쓰기회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