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밀면서
지난 토요일엔 산엘 갔다 왔어요.
모처럼 콧구멍에 바람을 넣고 기분이 좋아져서 돌아오는데 웬걸, 끝까지 기분을 맞춰 주지 좀.
이 놈의 차가 부산을 코 앞에 두고 꺼져 버리는 거예요.
고속도로, 톨게이트 앞에서 차를 끙끙거리고 미는데...
아아, 그 쪽팔림. (이 때는 다른 말 필요없다. 그냥 쪽이 팔렸다.)
보험회사에 전화를 해서 끌차가 올 때까지 길 옆으로 밀어놓고 기다리는데.........
오만 생각이 다 들어요.
언젠가 자동차 십년타기 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게 있다길래
그저 타다보면 십년이 될텐데 뭘 시끄럽게 그런 모임까지 만들고 난리냐고,
사람들 무슨 모임 만드는 것 참 좋아한다고 웃었더니
아아 차를 칠년을 넘게 타보니 그런 모임같은 거 만들만하다 싶어요.
웬만큼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확 바꿔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든단 말이지.
이게 칠년을 넘기더니 한달에 두어번은 돈 들 일이 생겨요.
오늘처럼 이렇게 황당하게 밀어야하는 일이 생기거나, 무슨 부속품이 닳아서 바꿔야한다, 고장이 나서 고쳐야한다, 어떤 건 부속이 더 안 나와서 중고품 가운데서 구해야 하니 시간이 좀 걸린다, 뭐가 어떻다 불편한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예요.
안 그래도 별로 숫기가 없는 우리 신랑같은 사람이 길에서 차가 딱 멈췄다, 그거 보통 사태가 아니거든요.
우리집에 들어온 물건이 십년을 넘기지 못하고 나가는 건 별로 없어요.
하다 못해 냄비하나도 시집올 때 사온 걸 아직도 쓰고 있지,
냉장고, 세탁기 그런 것들이 다아 우리 큰 아이보다 나이가 많으니 이십년이 다 돼 가네요.
하물며 그 비싼 차를 몇 년 안 쓰고 버린다는 건 생각도 못했는데...
이렇게 한 달에 드는 돈이 새 차 할부금을 내는 만큼 들기 시작하니 마음이 흔들리네요.
차가 말썽을 일으켜서 사람들한테 말하다보니, 차에 대해 좀 아는 사람들이 그러네요.
우리 나라 자동차 산업이 그렇다고.
자꾸 새 차를 만들어 팔고, 몇 해 전에 만든 차는 더 안 만들고 그런 차는 부속품도 만들지 않고, 그렇게 해서 떼돈을 번다고.
그렇게 소비를 부추긴다고.
만드는 것도 그래요.
차 앞 뚜겅을 열어 봤는데 간단한 거 하나라도 직접 바꾸어 보려고 해도 복잡하게 얼키게설키게 만들어 놓아 함부로 바꿔볼 엄두를 못 내요.
외국에 차는 안 그렇다네요. 이것저것 이어 논 선을 누가 봐도 어디로 이어지는지 알수 있게, 간단한 정비는 혼자서 할 수 있게 깨끗하게 만들어 낸다네요. 그래서 차를 모는 사람들은 집에 간단한 정비 시설을 해 두고 스스로 손 봐 가면서 쓴다는데.
우리 차는 어떻게든 돈 들여서 다른 사람들 손을 빌지 않으면 고치거나 손을 볼 수도 없고, 좀 오래 쓸려면 부속품을 안 만들어내니 더 고쳐 쓸 수도 없고....
그러니 다들 삼년 쓰면 차 바꾸는게 낮다는 말들을 하지요.
이런 것들이 어제 오늘의 문제겠습니까마는 오늘 또 이런 생각들을 해 봤습니다.
어쨌거나 끌차를 불러 정비공장으로 끌고 왔더니 여기가 김해 어방동이라는데네요.
제네레다라는 게 다 된거라나 뭐라나.
하여간 이 차 어디든 골고루 안 바꾸는 게 없을 정도예요.
이쯤되면 차를 박물관으로 보내야된다는 말을 들으며 덜덜 떨고 섰다가 옆을 휘이 둘러보니 참 화려한 동넵니다.
온통 무슨 갈비집, 횟집, 쌈밥집이며 먹는 집이고, 여관이고 모텔이고 단란주점이고 노래방이고 뭐 그래요.
무슨 별천지에 온 것 같애.
이 삐까뻔쩍한 동네에서 박물관에나 보내야 한다는 헌 차를 고치며 서 있는데 날은 왜 그래 추운지. 덜덜 떨고 있자니 머리까지 아프더라구요.
머릿 속에는 또 복잡한 생각들로 이래저래 따지고 있자니 머리는 더욱 아파왔지요.
십년은 타야된다는 고집을 끝까지 지키며 고쳐가며 돈을 들여가며 그렇게 십년을 채울 건지, 그냥 확 새차로 바꿔서 폼나게 타고 다닐 건지. 결론을 못 내렸어요. 머리만 실컷 아프고.
이상석 쌤, 눈물겨운 노력(?)에 손뼉!
와~ 짜자자작!
사람들마다 챙겨서 답글 달아 올리는 거 보통 마음으로는 못해요.
참 힘들던데.
쭈욱 보니까 쌤! 너무나 열심히 챙겨 주시네요. 고맙고 또..... (2002. 2. 5. 부산글쓰기회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