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우랑 서인이랑

김영우, 수능 앞에서 얼다

야야선미 2003. 10. 31. 09:24

박선미의 아들 김영우!
천하에 태평에다 세상에 급할끼 없는 것 같은 놈이 이제 막 얼었어요.
수능이 코 앞에 오니까, 만나는 사람들이 찹쌀떡을 하나씩 사 주네요.
"외숙모가 시험 잘 치라고 사 주더라. 찹쌀떡 하나에 한 개만큼 기가 들어있다고 외숙모 기도 니가 받아라 카데."
처음에는 
"그라면 외숙모 기쫌 받아보까"하고 장난스럽게 받아먹더니
날이 갈수록
"이미향쌤이 니 시험 잘 치라카데."
"고모가 주시더라."
하고 갖다 줘도 별 말도 없이 받아 먹긴 먹어요.
그래도 그걸 뭐 밥먹듯이 먹는 기 아이다 보이 
찹쌀떡이다, 엿이다 자꾸 밀리네요.
그저께는 큰엄마가 사 준 찹쌀떡을 상 우에 올려놨는데
서인이가 하나 먹고 싶다고 해요.
주인공이 포장도 뜯기 전인데 싶어 조금만 있다가 오빠 오면 먹으라니까 자꾸 보채네요.
이말저말 달래다가
"오빠 시험 잘 치라고 준건데 오빠가 먼저 먹어야지. 그래야 오빠가 시험 더 잘 친다카네"
"왜요?"
"오빠 힘내라고 큰엄마가 마음을 꼭꼭 담아준 거니까. 혹시나 오빠야한테 줬던 힘이 좀 빠져나가면 우야노?"
그런데요,
영우가 들어오다가 그 말을 들었어요.
"큼마(우리 아이들이 부르는 말) 힘도 한 개 먹어보까?"
하더니 찹쌀떡을 챙겨서 지 방에 가져가네요.
서인이한테 몇개 꺼내 줄줄 알았는데 다 들고 가는 거 있지요?
속으로 나도 좀 놀랬어요.
글마가 보통 때 그라는 놈이 절대로 아니거든요.
서인이도 하나 줄줄 알고 기다렸다가 지 오래비 뒤꼭지만 보다가
그래도 미련을 못 버리고
"흐흥, 나도 찹쌀떡 좋아하는데에~~~~"해쌓으니까
영우,
"서인아, 오빠가 나중에 다른 거 사 주께. 이거는 오빠야가 다 먹어야 되는 거거덩"
하는 거 있지요?
서인이한테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지요.
"오빠야, 왜에?"
"그냥, 이거는 오빠야가 다 먹고 싶다. 서인이도 똑같은 찹쌀떡 사주께."
그러더니 진짜로 지 먹으라고 사 준거는 딱 챙겨놓더니
서인이 손잡고 나가서 다른 찹살떡을 사 오는 거라.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요.
그래, 태평치고 있더니 속도 없는 놈 겉이 놀더니만
시험이 코 앞에 닥치니까 애가 타긴 타는 모양이예요.  (2003. 10. 31. 부산글쓰기회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