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시론> 공부를 마치고 / 김숙미
노래 연습하고 잠깐만 마무리 하자던 공부가 한 시간이나 넘게 이어졌지.
아동 시론 책 한 권을 다 공부한 소감을 듣는 자리가 또 참 좋았다.
책 한 권을 이렇게 알뜰 살뜰 읽고 공부한 적이 또 있었나 싶다.
지난 겨울에 소눈이 아동 시론 책 소개 했을 때
쭉 읽어 보았을 때도 좋았는데
다시 꼼꼼꼼하게 읽고 발제 준비하고 토론하고
그 속에 나왔던 많은 이야기들이 마음에 가득 남아 있다.
그래서 어제 경해가 발표 마무리하고 책을 턱 덮는데
기분이 참 좋더라. 부듯한게.
가난하게 살던 그때 그 시절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살아가는 기쁨을 깨닫게 해 줄까 늘 걱정하고 고심하고 이오덕 선생님
‘복숭아 가지에 똑같이 매달려 있는 맹아리들을 보고 놀라고,
그 맹아리들과 함께 숨쉬며 줄거워 하는 아이의 그 즐거움을 함께 나눠 주고 싶어‘ 하셨던 선생님!
어제 은주도 그랬고 선미도 그랬제.
늘 아이 마음에 가까이 다가서서 지도 하시는 모습을
이 책을 읽으며 더 잘 알게 되었다고.
아무 것에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힘 없는 아이들, 소외된 아이들
그런 아이들에게 온 마음을 주는 선생님.
그래서 글쓰기 교육을 불행한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늘 힘주어 말씀 하셨지.
구자행이 말한 ‘적자 생존’도 기억에 남는다.
적어야 살아 남는다고.
이오덕 선생님의 그 꼼꼼한 기록이 이런 아동 시론도 나오게 한 게 아니겠나.
무려 30년도 훨씬 전에 이 책을 쓰셨고
아이들의 시를 살피기 위해 해방 후부터 여기저기 발표 된 시들을 모아 정리하고 분석하고
아이들과 수업한 이야기, 아이들이 쓴 시들을 철저히 기록, 분석하는 그 모습을 보니
정말 혀가 내 둘린다.
사람이 글을 쓸 때 가장 맑고 깨끗한 마음이 된다고 한 말을 어디선가 읽은 것 같다.
이오덕 선생님이 늘 어린아이 같이 맑고 깨끗한 분이 었던 건
살아가면서 늘 쓸 거리를 찾고
가장 맑고 깨끗한 마음으로 글을 쓰셨기 때문일거야.
<기억에 남는 말>
우리가 아이들에게 시를 쓰게 하는 것은 작품을 얻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 작품을 쓴다는 것은 시적 생활, 시적인 진실을 탐구하는 생활을 몸에 붙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작품을 쓰는 과정- 시를 찾고, 시를 느끼고, 생각하고, 표현하고... 그러니 작품을 쓰고 나면 그것이 끝이 될 수 없다. 거기서 다시 시적 출발을 하여 끝없이 새로워지고 전진하는 자세를 가지는.... 이것이 시적 생활이요, 이런 생활태도를 몸에 붙이는 것이 시 교육인 것이다.(79쪽)
우리는 시로서 ‘다 같이 불행하지 않게 살아가는 길’을 생각해야 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 자기의 마음속에만 파고 들지 말고, 남을 보고 남을 생각하는 태도를 길러야 겠다. (200쪽)
아이들이 자기 생활을 시로서 쓴다는 것은 생활과 대결하여 가장 인간답게 살아가는 길을 찾는 노력이 된다. 다시 말하면 시를 쓴다는 것은 자기를 키워 가는 행위가 되는 것이다. (223)
시는 지적으로 파악될 것이 아니라는 것, 시의 발견이란 것은 보이지 않던 것을 찾아낸 것이 아니라, 이미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적인 사실을 새로운 모습으로 느끼는 것이다.(280쪽)
황폐하여 가는 마음은 간단한 말로서나 짧은 시간의 노력으로 고쳐질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우리는 끈질긴 인내와 노력으로 아이들을 인간그럽게 키워 가도록 해야 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 시 교육을 알뜰히 해 나가야 할 것이다.(341)
우리는 아이들이 시인이 되기를 원하는가? 시를 쓰는 직업인이 되를 원하는가? 아니다. 우리는 마음이 정직하고 행동이 순진하고, 용감하고, 인간성이 풍부하고, 개성이 또렷한 창조적 인간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비 개인 하늘을 보았을때 그 아름다움에 놀랄 줄 아는 사람, 발에 밟힌 한 마리의 곤충을 마음 아파하고, 절름발이 거지 아이를 보고 비웃고 놀리고 돌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으로 눈물을 흘리고, 불행한 사람이 있는 까닭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 괴로운 일을 하면서도 그냥 괴로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 부모 형제와 남들과의 관계에서 그 무엇을 생각하는 사람, 그리하여 생활을 창조해 가는 그런 인긴이 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79쪽) (2007. 5. 6. 부산글쓰기회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