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의 책
[스크랩] 달걀 한 개(보리) - 이명희님 평
야야선미
2009. 9. 17. 19:40
![]() ■ 글, 그림: 박선미 글 조혜란 그림 ■ 발행일: 2006년 5월 31일 ■ 출판사 : 보리 ■ 서평 : 이명희(도서출판 마루벌 이사) 얼마 전 충주호 부근 콘도에 놀러갔었다. 단지 내에는 오리, 거위, 토끼, 닭, 염소들을 넓은 풀밭에 풀어놓은 곳도 있어 사람들이 동물들을 보며 산책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단지 한 쪽 음식점 입구에 아이들이 쪼르르 몰려 있어 가보니 음식점에서 도시 손님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병아리와 어미 암탉을 우리 안에 넣어 둔 것이었다. 어미 닭은 저녁이 되면 일곱 마리나 되는 병아리를 두 날개 죽지 밑에 모두 감쪽같이 넣고 앉아 있었다. 아이들이 신기해서 막대기로 암탉을 쿡쿡 찔러대고 소리쳐도 암탉은 꼼짝하지 않았다. 서울에서 50여년 살아 온 나에게도 물론 병아리를 품고 있는 암탉은 신기한 구경거리였다. 세계 인구의 50%, 한국 인구 80% 이상이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도시인에게 달걀은 살아있는 닭이 낳은, 살아있는 식품이 아니라 수퍼마켓 진열대에서 집어오는 포장된 상품이다. 양계장에서 공산품처럼 기계적으로 대량 생산된 달걀은 식탁에서 잠시 우리의 입과 배의 허기를 채워줄 뿐이다. 흙에 뿌리를 내리고 햇빛을 향해 생생하게 자라고 있는 상추를 뜯어 밥을 싸먹을 때 온 몸에 상추를 키운 땅과 하늘의 기운이 퍼지는 것을 느끼는, 그런 만족감은 전혀 없다. 현대 문명으로 잃어버린 생명의 느낌. 집 마당에서 함께 뛰놀며 자라는 닭이 매일 낳는 달걀을 먹는 아이들이 아는 달걀 맛은 도시 아이들이 아는 달걀 맛과 같을 수 없다. 교사인 작가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도 학교 급식으로 나온 삶은 달걀을 대부분의 아이들이 껍질도 까지 않은 채 쓰레기통에 던져 넣는 것을 보고 심장이 멎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요즘 도시 아이들이 배가 부르기 때문이라는 것은 지엽적 설명이고, 달걀을 나와 상관없는 흰색 타원형 물질 이상의 아무 것으로도 느낄 수 없다는 것이 근본 이유가 아닐까. 소리 나는 대로 문법 무시한 입말로 적는 인터넷 수다 글들이 읽기 재미있듯, <달걀 한 개>의 사투리 입말 용어와 표현들도 외우고 싶을 만큼 재미 있다. 안타깝게도 사라져가는 시골 문화를 기억해 내 우리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로 창작한 작가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참을성을 가지고 이런 동화를 읽어낼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있을지 걱정의 한숨이 나오면서. |
출처 : 다롱이꽃
글쓴이 : 정선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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