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를 만드는 아이들 - 아름다운 우리나라를 공부하면서
요즘 공부 주제는 '아름다운 우리나라'다.
교과서에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 사계절,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전통, 우리나라의 자랑거리 따위를 다루도록 짜여져 있다.
이 단원을 시작하면서 나는 '진짜 아름다운 우리나라'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그러니까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정말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 수 있는지 아이들과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
무엇이 소중한지, 무엇을 놓치지 말아야할지 고민하고 그것을 찾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직 어린 2학년짜리 아이들이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자랑거리보다는 진정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어떻게 살아야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있을지, 그것을 함께 찾고 싶었다.
그런데 시작하면서 생각했던 그것들을 다 풀어내기도 전에 나는 그만 이 세상 아픔은 내가 다 짊어진 듯 귀차니즘에 빠져버렸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팽개쳐 그냥 놀릴 수는 없지.
어제 오늘은 우리나라의 사계절과 생활 모습에 대해 공부한다.
처음 생각과 달리 이 아이들 삶이 어쩌구, 우리들 사는 세상이 어쩌구는 지금 안중에도 없다.
아아, 내가 이러면 안되는데, 어쨌든 아이들하고 만나는 시간만은 깨어나야되는데....
솔직히 말하면 그런 생각도 안난다.
어제 한 시간은 철따라 바뀌는 생활 모습을 생각해보고 그림이나 사진을 찾아 모으는 활동을 했다.
여기저기 부탁해서 오래된 여성잡지들도 모으고, 큰 마트의 광고전단지도 모아서 펴놓았지만 입에 맞는 그림은 그리 많지 않다.
없는 것은 알아서 그리라고 했다.
오늘은 어제 모은 그림카드를 펴 놓고 철따라 분류해서 모아보는 활동을 한다.
일일이 내가 나서서 함께 하는 것도 좋겠지만, 내 귀차니즘이 아이들의 창의성을 발휘하게도 한다.
그림카드 다 펼쳐놓고, 한사람씩 자기 좋아하는 계절을 정하고, 그 계절에 맞는 그림카드를 모으는 놀이를 하라고 했다.
한참 시끄럽게 우왕좌왕하더니 제법 질서가 잡힌 것 같다.
현준이네 모둠을 본다.
"안 내면 술래 가위바위보!" 하더니 수정이가 "오예!"한다.
수정이가 이겼다.
남은 아이들이 입을 모아 구, 팔, 칠, 육 하고 시간을 잰다.
그 동안 수정이는 그림카드를 하나 둘 뽑아 간다.
모둠 아이들이 "삼, 이, 일, 땡!" 하자 수정이는 아쉬워하면서 주워 모은 카드를 세어본다.
"아아, 다섯장 밖에 못 모았다."
이건 순전히 아이들 저거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아아, 빛나는 아이들.
그래, 내가 일일이 말해주지 않아도 계절마다 그림 분류하기를 저거들끼리 알아서, 저렇게 재미나게 하고 있다.
귀여운 녀석들!
금요일까지 이런저런 교과서에 나오는 활동은 다 끝이 난다.
월요일 부터는 내가 마음먹었던 주제를 잡아서 공부하고 단원 마무리를 할 것이다.
아아 그럴려면 주말까지는 제 정신이 돌아와야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