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사랑하며 사는 세상을 위해(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
서로 사랑하며 사는 세상을 위해
결국 세상엔 평화는 없는 것일까요?
원수를 사랑하라,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 이런 예수님의 말씀은 쓸데없는 말이 되어 버렸습니다.
구약 성경에 나오는 하느님은 만군의 여호와라고 해서 군대를 거느리고 싸우는 하느님이었습니다. 하지만 군대 하느님은 세상을 다스리는 데 실패를 하셨습니다. 끝없는 전쟁은 결국 모두가 망하고 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예수님을 세상에 보내어 가장 밑바닥에서 남을 섬기는 종의 몸이 되도록 하셨습니다. 가난한 사람, 병든 사람, 죄 많은 사람과 함께 서로 도우며 살라고 하셨습니다. 세상의 모든 물질은 힘센 사람이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나누며 써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하늘에 날아다니는 새도, 들에 피어나는 조그만 꽃 한 송이도, 하느님은 함께 살도록 하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계시는 곳엔 다툼이 없고 모두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사람끼리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들판의 꽃과 새와 짐승들도 함께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가난하고 힘들고 추워도 이렇게 서로 도우며 아끼는 세상이 된다면 궁궐 같은 큰집도, 맛있는 음식도, 화려한 옷도 모두 쓸데없을 것입니다. 사람에게 가장 큰 행복은 서로 사랑하며 사는 세상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조그만 오두막에서 보리밥을 먹으며 기운 옷을 입고 땀흘려 일하며 살아도 사람 살아가기가 점점 힘이 듭니다. 어디를 가나, 무엇을 해도 경쟁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싸워서 이겨야만 살 수 있지, 그러지 않으면 죽는다고 합니다.식구끼리 정답고 이웃끼리 웃으면서 살면 그것이 천국 아니겠습니까?
강물은 깨끗하고, 그래서 온갖 물고기가 함께 살고, 새들이 지저귀고, 꽃이 피어나고, 하늘이 푸르고, 공기가 깨끗한 그런 세상은 결코 산만큼 쌓아 놓은 돈으로도 살 수 없습니다. 돈으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것은 거짓말입니다. 오히려 돈 때문에 우리는 싸우고 미치고 악마가 되어 가고 있을 뿐입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하늘 나라를 이루기 위해서는 가난하게 살아라고 가르쳐 주신 까닭은 이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지금도 세상을 사랑하시기 때문에,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우리 곁에서 가난하고 가장 힘들게 사실 것입니다. 하느님의 나라가 이 땅에 이루어질 때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렇게 사실 겁니다.
이 동화는 월간 잡지 《새가정》에 두 해가 넘도록 실었던 것입니다. 《새가정》편집부장이신 이문숙 선생님은 이 동화가 하느님을 욕되게 한다는 독자들의 꾸지람을 여러 번 들었다고 합니다.
산하출판사에서 이 동화를 책으로 내자고 했을 때 가장 먼저 이것이 걱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이 이해 못 하는 것을 어린이들은 훨씬 바로 깨달으리라 믿기로 했습니다.
박공배 선생님과 서해성 선생님이 격려해 주셔서 큰마음 먹고 걱정 안 하기로 했습니다.
신혜원 선생님이 그림을 그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1994년 3월 권정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