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가꾸는 글쓰기

공부방 뒤끝 - 지금 내가 있어야할 자리는?

야야선미 2009. 12. 10. 11:31

공부방 뒤끝 - 지금 내가 있어야할 자리는?


아주 오랜만에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 까닭모를 원망과 화가 치밀어 (아니 까닭은 있었겠지)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던 것을 딱 멈추어버렸다. 그러고 대충 대충 아이들을 만난 지 꽤 되었지 싶다. 공부방 자료집을 읽으면서, 공부방을 다녀와서 조금씩 추스리려고 몸부림을 친다. 오늘 아침에는 아주 오랜만에 책을 들고 아이들 앞에 앉았다. '밥데기 죽데기'를 읽는다. 교실 바닥이 차갑지만 아이들도 나도 그 까이꺼 별로 상관없다.  아이들이 자리로 돌아가는 동안 머리말을 한 번 더 읽는다. 선생님의 말씀이 머리 조아리게 만든다.


'강아지똥'을 쓴 지 꼭 30년 만에 다시 똥 이야기를 썼습니다. 사람이 사람다워지는 것, 똥이 똥다워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 하는 것을 잊어 버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처럼 사는 것도, 부처님처럼 사는 것도 모두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하는 개 아닐까요.

  법화경에 나오는 부자 아버지가 잃어 버린 자식 하나를 구하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가가, 신약성서 루가복음에 나오는 탕자를 기다리는 아버지의 마음이, 그 안타까운 마음이 요즘 들어 더욱 절실한 이야기로 다가옵니다.

  "밥데기 죽데기"는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려 보기 위해 썼습니다.

  우리는 지금 모두가 있어야 할 자리가 어딘지 각자의 자리만 찾아 살아가면 사람도 짐승도 산도들도 강물도, 세상 모두가 평화롭고 깨끗해질 것입니다.


  지금도 유럽에서는 피 흘리며 싸우고 있군요. 죽는 사람, 다친 사람, 살아 남은 사람, 앞으로 어찌 될까요.

  '바오로딸' 수녀님들, 그 동안 애쓰신 것 감사드립니다.

  이번 이야기는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으라고 조금 익살을 떨어 보았습니다. 늑대 할머니의 원수 갚기는 어떻게 끝날까요?    "밥데기 죽데기" (바오로딸,19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