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란?
일요일.
모처럼 네 식구 한 자리에 모였다.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아침을 건너뛰고 점심을 먹을까, 아침도 먹어야 하냐
밍기적거리면서 텔레비전을 트는데
아, 지짐!
우리, 감자 지짐 해 먹자.
뒤져보니 감자 열댓 개 있다.
혹시 모르니 몇 개 남겨두고 열 개만 갈자.
쓰고 남은 돼지고기 조금 다져 넣고
풋고추 홍고추 다져 넣고 양파도 두 개 갈아 넣는다.
아, 나는 요리를 너무 잘 해서 탈이야.
네 식구 모두 맛있게 먹는다.
다 먹고 나니 좀 짜다.
배가 부르니 부러울 게 없다.
이걸로 아침 점심 땡!
선언하고 나니
할 일이 없다.
밖에는 비 오지요,
창밖을 내다본다.
이따금 버번쩍하고 나면 우르르르 하늘이 울린다.
비도 장대같이 쏟아진다.
맨날 나가 다니는 김수철 아자씨,
몸이 근질거리는지 자꾸 밖에 나가 걷자고 억지를 부린다.
아아, 천둥번개치는데 어데를 걷자 말이요?
대답도 안 했는데 우산 들고 나선다.
그러다가 잠깐, 아아 이랄 때 분위기를 맞춰 줘야 되나?
조금 고민.
어머니, 그라다가 권태기 옵니대이~
영우가 등을 떼민다.
어머니이~ 아버지 실망시키지 마세요.
서인이도 한마디 한다.
일마들은 내가 잡아 먹는 것도 아닌데 그저 우리가 나가기만 기다린다.
갑자기 심술이 나서
절대로 안 나간다 할뻔 했다.
그래, 미친 척하고 빗 속을 걷는 것도 괜찮지 뭐.
그 빗속을 우산 들고 따라 나선다.
비 오는 다대포 바닷가 모래밭을 우산 쓰고 걷는다.
그나마 빗줄기가 약해져서 우산들기가 한결 낫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식구들이 더러 보인다.
저 사람들도 내처럼 억지로 기분 맞춰주러 왔을까나?
그러고 보니 그럴 나이는 아닌 듯 하다.
물이 들어왔다 나갈 때마다
발가락 아래로 모래가 쓰르륵 빠지면서 발바닥을 간지럽힌다.
바닷물이랑 모래알이 더 간지럽히도록 발을 내맡기고 섰다.
스르르륵 스으으윽
발 아래 모래가 다 빠져나가는 것처럼 한순간 어찔하기도 한데 그것도 재미있어.
비 오는 바다.
갈매기떼도 물 흐르는 갯가에 내려앉았다.
사람이 지나가도 그대로 앉아 부리를 바쁘게 움직이고만 있어.
사람이랑 갈매기랑 하얗게 이는 파도랑.......
그렇게 한참 보고 있노라니 정말 모처럼 평화롭네.
오랜만에 이렇게 편안하게
걷다가 섰다가
멀리 바다를 보다가 발아래 흐르는 모래알을 보다가
빠지는 물 따라 첨벙대고 따라가다가 또 뛰어나오다가~
다대포 활어시장을 지나다가
고등어 세마리, 오천원 주고 사 들고 왔다.
묵은 김치 넣고 푹 지졌다.
이름하여 고등어묵은지찜
큰 접시에 그 놈만 가득 담고, 밥 한 공기씩.
오늘 저녁은 이거 뿐이다!
먹으면서 또 외친다.
아아 나는 요리를 너무 잘해, 맛있재? 맛있재?
암말 않고 한 가지 반찬만 놓고 한 그릇씩 뚝딱 비우는 이 식구들
그래서 나는 이 사람들이 좋다.
그때는 그랬다.
배 부르지, 바쁜 일 없지.
비 온들 비 설거지할 게 있나?
텔레비젼은 지 혼자 떠들고 우리는 우리끼리 떠든다.
서인아, 우리반에 학교 끊어뿐다는 놈이 있는데 글마를 우야지?
어머니 일학년이 뭘 모르고 그라는데 놔 두세요.
한두 번도 아니고 자꾸 그라는데?
쫌 있으면 학교가 얼마나 좋은지 알 꺼예요.
니는 학교 좋나?
그럼요!
단호하게 그럼요! 하는 것이 신기할만큼 대견스럽다.
뭐시 그래 좋노?
마음대로 놀수 있지요?
친구들 많지요?
나는 학교 안 가면 심심해서 못 살아요.
큭큭 크크
갑자기 사래가 걸린다.
나는 뭔가 대단한 대답을 기대했던가?
내 혼자 사래 걸리고 큭큭 거리나?
둘러보니 저거 아바이도 스윽 웃고 있다.
영우 니도 학교 저래 좋더나?
옆에 있는 영우한테 묻는다.
영우가 쓰윽 웃더마는 받아챈다.
밥 먹여주지, 안 돌아다녀도 친구들 한 데 다 모여 있지,
오빠 맞재? 맞재?
배 부르면 편안하게 재워주지, 몸 근질근질 할까봐 가끔씩 긁어주지
큰 놈은 한 술 더 뜬다.
오빠 재워도 주나? 어데서?
초딩하고 예비역하고 잠깐 소통이 안 된다.
점심 먹고나면 선생님들이 앞에 나가서 막 재워준다 아이가?
아아 너거는 아직 자는 아아는 없겠다.
서인이 그때야 알아듣고 손뼉을 치면서 넘어간다.
우리는,
학교서 선생하고 묵고 사는 우리는
일마들 이야기 듣고
좋아라 해야 하나? 울고 싶어져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