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나와라 <학교 참 좋다 선생님 참 좋다(보리/박선미)>에서
"남생아 놀아라"
"촐래촐래가 잘 논다."
지난 시간에 이거 배우고, 오늘은 이 노래하면서 춤추고 놀았거든요.
앞소리 내가 하면 아이들이 뒷소리하다가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앞소리 지어내면
그거 받아서 내가 뒷소리 지어서 이어가고
노래는 그렇게 다 익혔어요. 한참 했지요.
그 다음.
내가 북 치면서 소리하면 저거는 그 소리 듣고 나와서 춤추기.
"빨간 양말 나와라"
"촐래촐래가 잘 논다."
"파란 바지 나와라"
"촐래촐래가 잘 논다"
몇 번 부르다가 살짝 바꿨어요.
"지렁이 나와라"
잠깐 머뭇거리더니 모두가
"촐래촐래가 잘 논다"
하고 납작하게 엎드려서 꿈틀댑니다.
지렁이 흉내가 쥑입니다.
고양이 나와라, 파리 나와라.....
내가 그만 밑천이 떨어졌어요.
북 치랴, 아이들 보고 웃으랴, 앞소리 지어낼 박자를 자꾸 놓치는 거예요.
"안 되겠어. 인자부터 돌아가면서 앞소리 지어내는 거다."
하은이가
"머리띠 나와라" 하더니
청바지 나와라,
고양이 좋아하면 나와라,
병아리 좋아하면 나와라,
짧은 머리 나와라,
........
실내화 나와라
.......
......
"까만색 나와라"
"촐래촐래가 잘 논다"
아이들은 머리 흔들고 궁둥이 흔들고 신났습니다.
그런데 승민이가
"니이 까만색 없다 아이가?"
한빛이한테 머라캅니다.
"내 머리 까만색 맞다 아이가?"
"맞네, 까만색 맞네."
옆에서 다른 아이들이 한빛이 편을 들어줍니다.
승민이는 내 얼굴을 올려다 봅니다.
그냥 웃으면서 북장단만 자꾸 칩니다.
내가 별 말이 없자,
한번 탄력받은 아이들은 오만데 다 나가서 흔듭니다.
.....
앞소리가 또 바닥이 났는지 멈췄습니다.
아는 색깔이 다 떨어졌나?
북장단을 치면서 내가 하나 부릅니다.
"김씨는 나와라"
다은 아이부터 줄줄이
"박씨 나와라"
"이씨 나와라"
인자 성도 끝이 났습니다.
.....
"밥 잘묵으면 나와라"
....
한 아이씩 간당간당 이어나갑니다.
아아, 그래도
"촐래촐래가 잘 논다"는 힘차게 신나게 잘 놉니다.
간당간당 겨우 이어가던 앞소리가 바닥이 났는가 봅니다.
상훈이 한테서 멈추어서 북장단을 몇 번이나 칠 때까지 안 나옵니다.
"자아 한 번 더" 하고 북장구를 치는데
입을 오물거리고 있던 상훈이가
"대한민국 나와라" 합니다.
아이들이 교실이 떠나갈듯이
"촐래촐래가 잘 논다"하면서 모두 동그라미 안으로 뛰어들어가서
춤을 추어댑니다.
나도 깜짝 놀라서 북을 치는데, 놀랍고 흥도 납니다.
나도 그냥 따라서
"대한민국 나와라"를 서너번이나 되풀이해서 앞소리를 합니다.
"촐래촐래가 잘 논다"
아이들은 인자 최고조에 다다랐습니다.
"신평초등 나와라"
"1학년 나와라"
"4반 나와라"
모두들 한꺼번에 다 나가 흔들어댑니다.
이때 가자기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대경이 동무 나와라"
모두 다 뛰어 나옵니다.
"홍대 동무 나와라"
또 모두 다 나오서 춤춥니다.
"귀현이 좋아하면 나와라"
"연희 좋아하면 나와라"
"필"받은 아이들은 인제 주문에 걸린듯이 모두 다 나와서 흥겹게 춤춥니다.
모두 돌아가면서 이름 불러주고,
배가 아프게 웃다가 장단도 놓쳐버렸습니다.
"덩 쿵 쿵더쿵" 이거는 머하로,
그냥 마구잽이로 내맘대로 치면서
목 아프게 춤을 추다가
오늘 넷째시간은 이렇게 끝나고 지금 밥 먹습니다.
북장단을 치면서 나도 모르게 자꾸 올라가는 목소리를 어찌하지도 못하고 소리질러댔더니
목이 카칼해서 법은 못먹겠고
썰렁한 카페에 불 지피러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