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은 권정생 선생님

헬렌켈러 / 권정생

야야선미 2006. 7. 10. 20:16

헬렌켈러 / 권정생
 

우리 말 제목으로는 〈기적은 사랑과 함께〉라는 흑백영화다.
  설리반 선생님이 가정교사로 오던 첫날부터 헬렌과 선생님의 전쟁이 시작된다. 치고 박고 자빠지고 쓰러지고 이빨이 부러지고 머리칼이 쥐어뜯기고 얼굴은 멍투성이다.
  헬렌의 부모님들은 설리반 선생님께 그만 돌아가 달라고 한다. 저러다간 헬렌을 죽이고 말 것 같았던 것이다. 비록 눈이 멀고 귀가 안 들려도 헬렌은 귀여운 딸이었던 것이다.
  설리반은 단호하게 거절한다. 그러기 때문에 더더욱 헬렌을 살려야 했다. 헬렌의 눈보다 귀보다 더 귀한 영혼을 일깨워야 한다고. 그래서 집 뒤 널쩍한 헛간으로 옮겨가 전쟁은 계속된다. 설리반에게 허락된 시간은 겨우 2주간 뿐이다. 헬렌이 주먹으로 치면 설리반도 치고 멱살을 잡으면 함께 멱살을 잡는다. 2주 동안 두 사람은 지칠 대로 지쳐 거의 탈진할 지경까지 이른다. 기적은 그 때서야 일어난다. 헬렌의 입에서 WATER(물)란 말이 나온다. 꽃과 나무와 새소리와 햇빛과 하늘과 구름을 알 게 된다.
  헬렌은 그렇게 되살아났다.
  〈THE MILACLE WORKER〉는 극장용과 텔레비전용 두 가지 영화가 있다. 두 편을 비교하면서 보는 것이 좋다.
  요즘 학교에서 좌절하는 선생님들이 많다. 우리는 교육을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생각한 것이 아닐까? 교육도 삶의 한 부분이다. 삶은 절대 만만한 것이 아니다. 역사는 나와 다른 나의 투쟁이라고 신채호가 말했듯이, 삶은 그런 투쟁이 없이는 깨닫지 못한다. 혹한의 추위에 꿋꿋이 서서 견디는 한 그루 나무의 투쟁을 보아도 우리는 정신이 들 것이다.
  설리반 선생님은 그렇게 해서 헬렌이란 아이의 눈과 귀를 열었다.▣(《우리 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제 66호, 20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