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가꾸는 글쓰기

4월 공부방을 다녀와서

야야선미 2009. 9. 14. 21:56

이번 공부방에는 모두 열다섯 분이 공부하러 오셨습니다. 서울 학교밖 선생님이 네 분 오셨고, 보리출판사에서 다섯 분 오셨고, 음성에서 네 분이 오셨고, 그리고 고양과 안양에서 한 분씩 오셨습니다. 황금성 선생님과 우리 부산 식구들은 제법 어둑해져서야 무너미에 닿았습니다. 먼저 온 사람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마을 안으로 들어서니 개구리 소리가 온 마을에 가득합니다. 좀더 귀를 기울이고 들으니 소쩍새도 초저녁부터 울어 쌓습니다. 고올고올고올 소-꼭 고올고올고올고올 소-꼭……

첫 강의는 이상석 선생님이 고등학교 1학년 아이들과 만나 글 쓰고 사는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글쓰기는 서로가 진정한 마음을 나누는 것이라 생각한다. 교사는 아이들 마음 바탕에 다 들어 있는 것을 끄집어내게 판만 벌여주면 된다. 마치 밭을 갈 듯이 아이들 마음을 부드럽게 일구어 주기만 하면 온갖 꽃과 열매가 다 나오게 된다. 그런데 되지도 않은 온갖 짓을 해대면서, 거기다 교육이란 이름을 붙여서 다 덮어 버리는 것은 아닌지." 하고 걱정하시는 선생님 말씀이 오래도록 남아 있습니다. 

그러면서 선생님 사는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아이들을 하늘처럼 섬기는 마음' '아이들에게 지나친 기대 안 하기' '이해 못할 아이들 행동은 없다는 말' '조례 시간에 무슨 일이든 찾아서 칭찬해 주기' '모둠일기, 수업일기, 학급야사 쓰며 지내는 이야기' '≪잡초는 없다≫≪날고 싶지만≫≪사랑으로 매긴 성적표≫≪못난 것도 힘이 된다≫ 이런 책 돌려읽기'. 이렇게 마음을 주고받은 아이들은 서로가 이어져서 마음을 열게 되고, 선생님이 진정으로 하는 이야기를 들어 준답니다.

둘째 시간은 황시백 선생님이 속초 사잇골에 집 지은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정호경 신부님처럼 손수 지은 이야기라면 모를까, 또 평생 집 없이 남의집 산 이야기라면 할 이야기가 있겠지만, 목수 미장 전기공 다 데려다 지은 집이라 할 이야기가 아니다 싶어요. 그리고 권정생 선생님 사시는 집을 보고 온 사람이라면 집 짓는 이야기를 떳떳하게 할 수 있는 사람 없을 것 같아요." 하시면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처음에 8년 동안 열세 평 임대아파트에서 살던 이야기, 해직되어 4년 동안 전교조 사무실에서 지내던 이야기, 1년 봉평에서 농사지었던 이야기, 그리고 복직해서 사잇골에 집이랑 터를 산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사잇골에 산 집은 50년 전에 지은 집이라 기둥과 지붕만 남아 있었는데, 집을 고쳐서 그 동안 지내오다가 이번에 허물고 새로 지었다고 합니다. 집은 단순 소박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서 한옥으로 지었답니다. 홑처마로 하고, 용마루도 낮게 쌓고, 처마 끝이 들리지 않도록 해서 지었는데도, 다 지어 놓고 보니 건방져 보이더랍니다. 사람들이 새로 지은 집을 보고 '아, 이거 완전 시골아저씨 집이구나.' 그러면 잘 지은 집이라 생각하겠는데, 그런데 "야! 절 같다." 그러기에 실패한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상량할 때 마루도리에다 이렇게 썼답니다. "여기 황하은 식구들이 살고 사잇골 공동체 터전이 될 집을 세우다."

셋째 시간 공부는 글 합평입니다. 제각기 써온 자기글을 내놓고 둘러앉아 이야기하는 시간인데, 써온 글을 모아 보니 여덟 편입니다. 두 모둠으로 나누어서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밤 열한 시부터 시작해서 열두 시가 되면 마치기로 했는데, 한 시 반이 넘어서야 겨우 마쳤습니다. 그 가운데 보리출판사 김은주 선생님이 써오신 글 <영화 '집으로'가 만나게 해준 외할머니>는 5월 회보에 싣기로 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먹고는 이오덕 선생님 시간입니다. 지난 4월 회보에 실린 <시 쓰기 지도 사례> 두 편을 가지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 공부를 하면 좋겠다고 선생님께 미리 부탁을 드렸습니다. 

먼저 나명희 선생님 지도 사례에 지도한 과정이 드러나 있지 않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단계에서 어떤 말로 지도했는지, 어떤 보기시를 어떻게 보여주었는지, 그런 뒤에 아이들과 어떤 말을 주고받았는지 안 나와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시 지도를 하신 두 분 다 기본이 되는 것을 놓치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에 모두 무슨 말씀일까 귀를 모으고 듣습니다. "감각에 들어오는 것, 감각으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붙잡도록 해야 합니다. 이게 시 지도에서 기본입니다. 그런데 두 분 다 감각을 살려서 지도한 모습이 안 보여요. 관찰 지도가 안 되어 있어요. 눈으로 본 것이나 다른 감각으로 붙잡은 온갖 모양, 빛깔, 움직임 같은 것을 어떤 말로 드러내야 할지 지도해야 합니다. 본 대로 살려 쓰는 지도를 꼭 해야 합니다." 듣는 사람 모두 고개를 끄덕입니다. 덧붙여서 관찰 지도를 할 때 마음 써야 할 것도 일러 주셨습니다. "아이들이 집에 가서 보고, 다음날 학교 와서 이야기하고, 그것을 쓰면 그 때 그 감각을 붙잡을 수가 없습니다. 죽어 버립니다. 살아 있는 말이 안 나옵니다. 그 자리에서 느낀 대로 바로 써야 생생하게 살아나요. 그러려면 생활화하도록 해야 합니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산길을 가다가, 벌레를 보았을 때, 그 때 그 순간 감각을 잡아서 써야 합니다. 교실에서 쓰더라도 아까 본 것이나 학교 올 때 본 것을 그 때로 다시 돌아가서, 그 순간의 감정을 살려서 쓰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선생님 말씀을 듣다 보니 전에 들었던 말씀인데 놓치고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나명희 선생님과 박경선 선생님이 지도한 아이들 시가 꽤나 많았는데, 하나 하나 읽으면서 선생님과 같이 시 공부를 하였습니다. 햇살 가득한 봄날 아침나절에 선생님 시 읽는 소리가 무너미 골짝에 쟁쟁 울렸습니다.(정리 구자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