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은 권정생 선생님

들꽃처럼 맑고 고운 산골 아이들 이야기 / 권정생

야야선미 2006. 9. 11. 20:30

들꽃처럼 맑고 고운 산골 아이들 이야기 / 권정생
  
- 고맙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 책을 권하며

  

이 책에는 조금 긴 동화 「수경이」와 조금 짧은 동화「아궁이앞」,「아버지와 양파」그리고 수필처럼 쓴 글이 실려 있다.  임 선생님을 떠나 보낸 지 벌써 일년이 되어 간다.
  이 글을 읽으면서 도무지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느낌이 안 든다.  이따금씩 한숨이 나올 때는 '정말 선생님은 이 세상에 안 계시는구나'하고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아프다.  임 선생님의 글은 어린이들이 쉽게 후딱 읽을 수 있는 게 아니라, 아주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꼼꼼하게 읽다 보면 어느 새 깊이 빠져든다.
  어린이들에게 가르치려는 마음보다 먼저 선생님 자신이 생각하면서 반성하면서 한 자 한 자 썼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렇게 정성들인 글도 오랜만에 대한다.  참으로 따뜻한 글이다.  이야기의 줄거리가 뚜렷이 있고 그리고 무슨 큰 주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면서도 읽다 보면 주인공의마음과 움직이는 모습이 살아서 보이는 듯하다.
  수경이네 집 식구들,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조카 아이 승현이, 그리고 이웃집 아이, 골목길 뒷간, 돼지, 마을 구멍가게, 거기서 풍기는 농촌의 여러 가지 냄새들, 참으로 알뜰하게 써 나갔다.  수필처럼 쓰인 「금주는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를 읽고 나서 정말 그 애 금주가 무얼 하고 있는지 나도 궁금해진다.  꼴찌에다 가난한 집에 엄마 아빠는 만날 싸우고, 임길택 선생님은 이런 어린이들을 만나면서 정말 선생님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깊은 걱정에 빠져 든다.
  어린이들도 이런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선생님의 사랑이 어느 만큼인지 알게 될 것이다.  얼마나 걱정하며 괴로워하는지 선생님으로 산다는 걸 이해하게 될 것이다.  선생님은 돌아가셨지만 이렇게 좋은 글을 남겨 주신 것에 고맙고, 살아 있는 우리는 또 바람과 햇빛과 빗물과 산에 나무를 바라보며 살아야겠지.
  임길택 선생님, 고맙습니다.  (1998년 권정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