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 거거든요!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 거거든요!
그저께부터 아이들이 한 둘씩 나와서 자꾸 쭈삣거리다 들어가는 거야.
혼자 나왔다가 들어가기도 하고
둘이 나와 얼쩡거리기도 하고.
뭔 할 말이 있나 싶어 말을 걸라하면 스윽 들어가 버려.
어제는 보통 때 참 말이 없는 주연이가 나와서 어른어른 거리는 거야.
모처럼 뭔 말을 하려고 나왔나 싶어 읽던 책을 덮고 주연이를 봤어.
눈을 맞추려고.
그런데 주연이는 눈이 마주치자마자 부끄러운 듯 화다닥 들어가 버리는 거야.
큰 맘 먹고 나왔을 텐데 그렇게 들어가게 해서 맘에 좀 걸리더라고.
좀 있으니 다른 아이들이 두엇 나와서 얼찐거리데.
하아 참!
요즘 우리 반 분위기 좋은데……. 뭔 큰 일이 생긴 것 같진 않고.
방학 마치고 사나흘 밖에 안 됐는데 뭔 일이 생길 틈도 없었지 뭐.
그럼 한 달 넘게 내를 못 보다가 방학 마치고 만나니 반가워서 뭔 말이라도 걸고 싶은가?
그렇지만 이 아아들이 그 말 하러 나왔다가 바쁜 듯이 들어가 버릴 아이들이 아닌데.
오늘은 지희랑 바다가 왔다가 들어가.
좀 있으니 다영이랑 경은이 주희가 나와서 꾸물거리더니 히히힛 웃으면서 뛰어 들어갔어.
또 바다가 나오더니 선지랑 수진이도 나오고 좀 있으니 채연이까지 나와서 얄랑얄랑 거리다가 슬그머니 들어가.
뭔가 내 모르는 일이 있구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이번에는 하던 일을 멈추지 않고 눈만 살째기 치켜들고 몰래 봤지.
야아들이 눈만 마주치면 도망치듯 들어가 버리니까.
주희하고 유진이, 지희가 나오더니 두 손을 들고 머리 위에서 까불까불 흔들더니 활짝 활개를 펴고 나풀나풀 나비처럼 흔들어.
그러다가 후다닥 빨리 들어가. 눈으로 몰래 따라가 봤지.
뒤에 서있던 아이들이 여기저기 손을 내밀어.
달려 들어간 세 아이들이 그 아이들 몇몇한테 손바닥을 쳐.
이번에는 뒤에 섰던 아이들이 조용히 그러나 빨리 나와.
또 천정을 보고 소리 없이 손짓 몸짓 춤추듯 나풀거리더니 들어가.
또 다른 아이들이 나오고.
참을 수가 있어야지.
“너거 뭐하는데?”
“에이이이 끝났다.”
“뭐가?”
“그런 게 있어요.”
너무너무 궁금하잖아?
“야아, 너거들. 내 앞에서 그래 정신없이 왔다갔다 해서 일도 못하게 해놓고 말도 안 해 줄거가? 교실에서 설친 사람들 모두 혼 좀 나보까?”
반 협박을 했지.
“그래도 안 시끄럽게 했잖아요.”
“아아, 그러니까 뭔데?”
“텔레비전 놀이요.”
“에잉?”
알고 보니 아이들이 천정에 붙은 텔레비전을 보고 그렇게 놀았던 거라.
밖에는 너무 덥고, 교실에는 시원하긴 한데 책이나 보고 가만 앉아 있을라니까 온몸이 수시고.
우짜다가 텔레비전을 봤는데 저거들 꼬물거리는 모습이 비치더라나.
소리 없이 나와서 마임을 하고 들어가면서 손바닥을 쳐주면 그 사람이 나오고.
소리는 내면 절대로 안 되고, 선생님이 모르게 하기.
그게 저거들 놀이 규칙이었다나?
“야아, 나는 너거들이 내 만나서 반갑고 좋다고 나온 줄 알았지. 말 걸라하다가 쑥스러워서 그냥 들어가는 줄 알았다고.”
“쌤, 그럴 일은 절대로 없을 거거든요!”
치이, 내 좋다고 말 좀 해주면 어데 부시럼이라도 나는강?
(2010년 8월 마지막날. 아침에 잠깐 비 내리더니 살짝 젖은 땅바닥에서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