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가꾸는 글쓰기

그러나 스스로 훌륭히 자라는 아이들(3)

야야선미 2010. 12. 27. 01:00

 2. 그러나 스스로 훌륭히 자라는 아이들


<서로의 손이 되고 발이 되어 더불어 사는 아이들>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보면 금방 토닥거리고 싸우고 찡찡거리고 일러주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엉겨 붙어 까불고 있습니다. 어른들 같으면 한번 싸우면 화해하기도 힘들 텐데 아이들은 풀어지는 것도 금방입니다. 그런 모습이 또 아이들의 힘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게 늘 엉겨 붙어 싸우는 것 같은 아이들도 자기보다 힘들어 하는 동무에게는 힘도 되어주고 위로도 하면서 함께 무럭무럭 자랍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이들 앞에서 감동받고 그 감동 때문에 한 동안은 마음이 노골노골 녹아내리는 걸 느낍니다. 그럴 때마다 참 행복하지요.

어린 아이들이 처음부터 모자라고 부족한 동무를 놀리고 괴롭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1학년과 함께 지내는 몇 해 동안 내가 깨달은 가장 소중한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아이들은 모두 마음속에 아름다운 천사를 품고 있다는 것.

아이들은 자라면서 상처받고 그 상처가 점점 깊어져서 자기도 모르게 뾰족한 날을 세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상처를 어루만져 쓰다듬어주고 아픈 상처를 드러내었을 때 들어주고 기다려주고, 그래서 응어리를 풀어내면서 건강하게 자라도록 해 준다면 뾰족한 날도 점점 없어질 것이라 믿습니다.  그 응어리를 풀고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는 함께 글을 쓰고 삶을 나누는 것만큼 좋은 공부는 없다 싶습니다.


그림책 보고 있어라 하고 복사를 하고 오는데 교실 앞에 우리 아이들이 대여섯 나와 있다. 가까이 가면서 보니 대경이는 울상을 하고 엉거주춤 서 있고 선하도 어쩔 줄을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홍대도 대경이 손을 잡고 어쩌지를 못하고 왔다갔다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왜 나와 있어? 대경이가 왜?”

“아아니요. 조금만 울었어요. 근데요오”

“응. 근데 무슨 일 있어?”

이러면 안 되는데. 아이들 앞에서 대경이 한테만 자꾸 마음을 쓰는 것처럼 보이면 안 되는데. 그런데도 나는 자꾸 대경이가 또 어쨌냐고 걱정을 먼저 한다.

“그게 아니고요오…… 나는 응가는 못 도와주겠는데……”

“아아아하. 대경이 응가한대?”

그래, 너거들이 아무리 잘 도와주어도 너거도 이제 겨우 일학년인데 어떻게 똥누는 것까지 도와 주겠노? 화장실에 들어서자 대경이는 여전히 단추도 열지 않고 지퍼를 내리지도 않고 바지를 끌어내린다고 끙끙거린다.

“아아니, 대경아 이거 단추 먼저 열고, 또 이 지퍼 내리고. 인자 됐다. 인자 바지 내리고, 샤악! 잘 내려가지?”

“학교 참 좋다.”

“응, 학교 참 좋지?”

“친구 참 좋다.”

“맞제? 친구들이 참 좋지? 나도 우리 사반 동무들이 참 좋다.”

“선생님 참 좋다.”

“응. 나도 대경이가 참 좋다.”

변기에 터억 걸터앉아 똥 눌 생각은 않고 목소리도 낭랑하다. 이럴 때는 하나도 지체장애를 가진 아이 같지 않다. 저어기서 아이들 떠들어대는 소리가 왁자지껄하다. 이제는 교실에 있는 스물다섯 아이들한테 마음이 쓰인다.

“대경이 응가 다 했다.”

“대경아, 봐라. 화장지 요렇게 한번 접고, 다시 한번 더 접었지?”

“어. 나도 그거 할 수 있는데.”

“자아 똥꼬 한 번 닦고. 한 번 접어서 또 닦고. 다 닦았으면 요렇게 똥 닦은 거 안보이게 접어서 휴지통에 넣고.”

“어. 나도 그거 할 수 있는데.”

“그래. 내일은 대경이가 한 번 해 보자.”

똥을 시원하게 누고 나니 기분까지 좋아졌는지 내 손도 잡지 않고 혼자 교실로 간다. 우리 교실을 찾나 하고 뒤따라가는데, 이런 내 꿈이 아직도 이른가? 우리 교실 못 가 앞에 있는 삼반 교실로 쑥 들어간다.

뒤따라가서 대경이 손을 잡고 우리 교실로 들어서는데 북새통도 그런 북새통이 없다. 하긴 그림책 한 권 보는데 오분이면 끝날 일학년 아닌가. 교무실 내려가 복사하고, 대경이 데리고 화장실 갔다와, 지금까지 복도로 뛰쳐나오지 않고 그나마 교실 안에서 이렇게 뛰어노는 게 다행이지. 어디 부딪혀 넘어져 우는 아이가 없는 게 고맙다.

교실로 들어서던 대경이가 겁을 먹었다. 걸음을 멈칫 하더니 나한테 잡힌 손이 잔뜩 옹그라든다. 대경이는 시끄러운 소리에 겁을 잘 먹는다.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싸우거나, 넘어져 울기만 해도 같이 겁을 먹고 울먹거리기 일쑤다.

“대경아, 괜찮아. 동무들끼리 재미있게 논다고 그러는 거거든.”

“어이 사반, 예쁜이들. 대경이가 또 너거들 싸우는 줄 알고 겁낸다.”

그러는 사이 대경이 짝지 가은이는 대경이를 자리에 앉히더니 대경이 가방을 열어 오늘 준비물인 사진을 꺼내준다. ‘우리들은 일학년’ 책도 꺼내주고 색연필도 꺼내서 가지런히 챙겨주고 있다. 앞에 앉은 지훈이는 몸을 뒤로 돌려서 가방을 받아서 책상 옆 고리에 걸어준다. 저 아이들이 입학한 지 한 달도 안 된 일학년들 맞나 싶다.(2006. 3. 1학년 아이들과 함께)


…… 온몸을 얻어맞은 것처럼 욱신거리고 손가락 마디마디부터 온 뼈마디에 힘이 다 빠져버린 듯하다. 칫솔을 쥐기도 힘이 든다. 오늘 아침도 어렵게 어렵게 일어나 학교를 들어서는데 이미 아침방송 조례를 시작했다. 발소리를 죽여 가며 겨우 교실로 가는데, 창 너머로 보이는 우리 교실 풍경은 참 대단하다.

걸상 위에 올라가서 배꼽 앞에 두 손을 맞잡고 “하아느님이 보우하사~” 하고 고래고래 노래하는 녀석들, 지훈이는 아예 책상 위에 올라가서 지휘를 따라하고 있다. 석우랑 한빛이 귀현이는 한 가운데 동기를 눕혀놓고 간지럼 태우고 동기는 못 참는다 소리 지르고.

에구구 이래 흐린 날에 불도 켜지 않았다. 교실문을 열고, 스위치를 올려 불을 켜는데 스물여섯 가운데 움직이기 싫어하는 몇몇 녀석들 빼고 모두 튕기듯이 자리를 박차고 달려 나온다.

“쌤, 지각이예요.”

“왜 이렇게 늦었어요?”

“쌤 어디 아파요? 머리 안 감았어요?”

한꺼번에 달려드니 아픈 머리가 더 지끈거린다. 몸이 아프면 이래 반갑게 맞이해주는 아이들도 살갑지가 않다.

“너거들 이래 소리치면 내 지각한 것 다아 소문난다. 조용히 하고 좀 앉아라.”

“아아, 할 말 있단 말이예요.”

“그럼 할 말 있는 사람만 남고 다른 사람은 좀 들어가 앉지.”

그런데 서넛이 들어가는가 싶더니 다들 그대로 우르르 모여든다. 스물은 되지 싶다.

“꼭 할 말 있는 사람만 하세요.”

“꼭 할 말 있어요.”

“진짜 중요한 이야기만 해.”

“진짜 중요한 이야기 맞아요.”

“중요한 이야기 아니면?”

“억수로 중요해요.”

오늘따라 이렇게 할 말 있다고 달라붙는 것도 힘겹고 짜증스럽다.

“내가 들어보고 중요한 이야기 아니면 혼내도 돼나?”

그 말에는 아무도 대답을 않는다. 한 줄로 주욱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녀석들이 우습기도 하다. 어디 얼마나 중요한 이야긴지 어디 들어나 보자.

“그럼 앞에 있는 지훈이 부터 해봐라.”

“오늘 수학 시험 또 칠거에요?”

“그럼, 오늘 쪽지 시험친다고 토요일에 말해줬잖아. 다음 혜린이.”

“받아쓰기 시험도 쳐요?”

“어. 다음 종근이는?”

“내 탬버린 안 가져왔어요.”

조금씩 짜증이 올라온다. 모두다 알림장에 적어주고, 말로도 몇 번씩이나 했던 이야기가 아니냐. 조금씩 목소리에 날이 설려고 한다.

“연희는?”

“내 알림장 안 가져왔어요.”

“그런 거는 니가 잘 챙겨와야지. 맨날 쓰는 걸 안 가져오고는 안 가져왔다고 그라노?”

“홍대는 뭐어."

“내 이빨 빠졌어요.”

아이고 머리야. 이러다가 마침내는 아이들한테 소리를 지르고 말 것 같다. 숨을 조금 돌리고,

“너거들 이래 중요한 이야기를 다 들으려면 종도 몇 번이나 치겠다. 한꺼번에 다 듣지를 못하겠으니까 하고 싶은 말을 글로 써 주면 안 되겠나?”

“네에”하는 녀석은 서넛, 모두들 시무룩하게 대답이 없다. 그걸 보니 좀 미안하다.

“내가 억수로 아프거든. 머리가 너무 아파서 머리를 들고 있으니까 눈물이 날라고 그래. 너거들 이야기를 다아 듣고 싶은데 정말로 힘이 들어서 그래.”

아프다는 말에는 저희들도 어쩔 수 없는지 슬슬 자리로 들어간다. 정민이는 기분이 아주 나쁜 얼굴이다.

“정민이, 화났나?”

“내 말은 안 들어주고.”

퉁명스럽게 한마디 내뱉고 자리로 들어간다.

“지금 내한테 하고 싶었던 말을 다 써 주세요. 내한테 지금 하고 싶었던 그대로 써 주면 돼요.”

정민이는 여전히 입이 쑤욱 나왔다. 곱지 않은 눈길로 나를 한참 보고 앉았더니 쓰기 시작한다. 아직 마음먹은 대로 쉽게 쓰지 못하는 녀석이라 미안하긴 미안하다. 정민이는 말로 하는 것이 훨씬 좋을텐데. 그래도 오늘은 안 되겠다.

조금 전에 줄 맨 끝에 서서 까치발로 내 얼굴을 넘겨다보던 성희도 글을 쓰고, 덩치 큰 하영이는 글을 벌써 다 쓰고 옆에다가 그림까지 그리고 있다. 글자를 빨리 익힌 석우는 글을 쓱쓱 쓰더니 맨 먼저 가져왔다.

<왜 내 말은 안 들어줘요. 선생님 토요일에는 사기꾼이지요. 내 69 맞았는데 틀렸다고 했잖아요. 사기꾼이잖아요. 하석우올림>

<선생님 토요일에 내 생일이예요. 송가은>

<선생님 내 실내화 샀어요. 상훈올림>

<선생님, 나는 인자 하영이랑 안 놀아요. 사이종게 놀라고 화해 했는데 그래도 안 놀거예요. 토요일에 짝지랑 젓가락으로 콩먹여주기 했짠아요. 그때 나는 짝지 입에 콩 넣어주고 짝지가 내 한테 먹여주고 하니까 꼭 연애하는 거 같았어요. 조금 부끄러웠써요. 그런데 그 말 하니까 하영이가 우리 연애한다고 소문 다 냈잖아요. 하영이하고 화해 하라고 하지 마세요. 진자로 화났단 말이에요. 성희가>

하나둘 써오는 글을 읽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그렇지만 제 딴에는 얼마나 심각하고 진지하게 쓴 글들이냐. 아이들 글을 읽다가 정민이를 본다. 지웠다가 썼다가 하면서 영 마뜩찮은 얼굴이다. 뜻대로 잘 안 써지는 게지.

이번에는 옆에 앉은 예진이랑 뭐라뭐라 하더니 종이를 예진이한테 넘겨준다. 정민이는 뭐라고 소곤거리기만 한다. 아마 정민이 말하는 걸 예진이가 받아쓰는 모양이다. 예진이가 조금 받아 적더니 이번에는 읽어준다. 정민이는 고개를 끄덕거린다. 제 뜻대로 씌어진 모양이다. 또 정민이가 말하고 예진이가 받아쓴다. 그러고 나서 또 예진이가 읽고 정민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에구 예쁜 녀석들. 한 학기를 함께 지내더니 이젠 이렇게 서로 손이 되어주고 입이 되어주기도 한다. 드디어 정민이가 종이를 들고 나왔다.

<아 낭도 말 쫑 항시다. 내가 말 하랑꼬 항는데 드어가라고 행다. 나는 슬펑다. 나는 인자 성생님항테 하낭다. 나는 징짤로 기붕 안 종다. 나는 인자 박선미 실다. 왜냐하면 나는 말로 하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다. 나는 글을 잘 못 쓰는데 글로 써라하니까 화가 난다. 그래서 나는 할 말이 많아도 쓰기 싫다. 그런데 인자 예진이가 써 준다. 나는 예진이를 사랑한다. 나는 선생님보다 예진이가 좋다. 예진아 고맙다. 주정민 씀>

정민이가 내한테 꼭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그러나 그것보다 이 순간에는 이 말이 꼭 하고 싶었을 것이다. 글도 잘 못 쓰는 아이한테 이야기 듣기 힘들다고 글로 쓰라 했으니. 이 말이야말로 정말로 정민이 입에서 터져 나오는 말이다.

“아 낭도 말 쫑 항시다” (2006년 1학년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 몇몇이 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온다.

“선생님, 대경이 인제 노래해요.”

“인자 진짜로 잘해요.”

“우리하고 같이 하면 진짜로 잘해요.”

대경이 손을 잡고 들어온 아이들이 어찌나 흥분되었던지 목소리가 교실천정을 뚫을 듯하다. 꿈동산에 간다고 나가더니 ‘대경이를 얼마나 달래고 구슬렀는가?’싶은데 대경이가 커다랗게 눈을 뜨고 우렁차게 말한다.

“대경이 지금 노래하께요.”

“대경이 민지하고 예진이하고 노래하께요.”

그래 불러봐라 할 틈도 없이 한 손은 민지가, 한 손은 예진이가 잡고 교실 가운데 턱 섰다.

“크고 작은 은빛 동그라미~~”

대경이가 노래를 한다. 대경이가 우리 모두들 앞에 서서 노래를 한다. 나도 못 시켰던 노래를 저 작은 아이들이 대경이 손을 잡고 노래를 한다.

아아, 그런데 그것만이 감격스러운 게 아니다. 대경이 손을 잡고 함께 부르기 시작했던 민지랑 예진이가 저희들 목소리를 아주 낮게, 아니 거의 입만 벙긋거리는 정도다. 손을 꼭 잡고 대경이와 눈을 꼭 맞추며 입만 크게 방긋방긋, 그렇게 대경이 노래를 살려주고 있는 거다.

‘아아! 여러분, 이 아이들이 진짜 일학년 아이들 맞습니까?’

괜히 없는 여러분을 찾으면서 황홀경에 빠진다. 소란스럽게 들어오는 이 아이들 때문에 덩달아 둘러섰던 아이들, 그때까지 상장을 만든다고 책상에 머리를 박고 있던 아이들이 하나둘 일어서서 앞으로 나온다. 대경이 손도 잡아 주고 대경이 앞에도 서고, 뒤에도 서고 대경이를 빙 둘러섰다. 대경이가 그 어려운 창작동요제 노래를 끝까지 다 부를 때까지 아이들은 손을 흔들고, 입만 움직이는 금붕어 노래로 함께 따라 불러주고.

노래를 낭랑하게 부르는 대경이, 그 아이가 오늘 이렇게 빛날 수가 없다. 대경이를 둘러싸고 노래 끝날 때까지 입을 벙긋거리는 이 아이들은? 한편으로 조마조마한 눈빛으로, 한편으론 힘을 주는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며 함께 노래해 주는 우리반 이 아이들은 또 얼마나 빛나는가!

나는 맨날 맨날 이렇게 이 조그만 아기들한테서 하나씩 배우면서 살았다. 아이들이 먼저 대경이를 챙기고 거두면 그때서야

“사반 동무들 모두 모두 고맙대이. 너거들이 내 보다 훨씬 낫네.”

“이래 따뜻한 너거들하고 한 반이 되어서 나는 너무너무 고마워. 아이참, 나는 너거들 보다 맨날 늦는다, 그치?"

뒤늦게 이런 말로 아이들한테 고마워하면서 한 해를 살았다. 되돌아보니 대경이 일 뿐만 아니다. 저거끼리 싸우거나, 조그만 일도 넘어가지 못하고 쪼르르 달려와 일러주면 나는 그만하라고 소리부터 질렀지. 아이들이 좀 겁먹었다 싶으면 그제서야

“미안 미안, 소리 질러서.”

그러면서 사과나 하고. 그럴 때 마다 옆에서

“그런데요, 석우 말도 좀 들어보지요?”

“나도 쌤처럼 화 날 때 있어요.”

해서 정신이 번쩍 들게 해 주는 것도 이 아이들이었다.

내일 마무리 잔치에서는 이 아이들이 만든 상장이, 서로를 칭찬하고 북돋워 주는 상장이 잔치마당을 한껏 빛낼 거라 생각했는데, 벌써 오늘부터 이 아이들이 먼저 내한테 가슴 가득 환한 빛을 안겨 준다.

“바람개비 뱅그르르~~” 노래를 따라 부르는데 눈물도 나고 목도 메이고. 그렇지만 오늘 너무나 아름답고 귀한 이 아이들. 일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글쓰기회 카페에도 자랑하고 여기저기 퍼 나르면서 또 떠들고 자랑해댄다.

지금부터 마술팀이 쓸 마술사 모자도 만들고, 소고 팀이 쓸 꼬깔도 만들고, 이루의 까만 안경팀이 낄 까만 안경도 여섯 개나 만들어야하는데. 할 일은 엄청 많지만 가슴이 가득 차서 그저 행복하기만 하다.

‘아아, 우리 사반 일마들을 우예 보내지?’

‘아니 이 아아들 놔두고 내 우예 다른 학교로 가지?’

‘아아, 행복하고 아름다운 하루! 인자 집에 가서 밥해 먹어야지. 오늘은 밥 안 먹어도 배고프지는 않을 것 같아.’

어둑한 학교 내리막길을 내려오면서도 발걸음이 붕붕 뜬다. (2007. 2 1학년 아이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