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은 권정생 선생님

우물 외 / 권정생

야야선미 2011. 1. 26. 11:12

우물 / 권정생


골목길에 우물이

혼자 있다.


엄마가 퍼 간다

할매가 퍼 간다


순이도 퍼 간다

돌이도 퍼 간다


우물은 혼자서

물만 만든다


엄마도 모르게

할매도 모르게


우물은 밤새도록

호비작 호비작


혼자서

물만 만든다.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지식산업사 1988)



달님 / 권정생


새앙쥐야

새앙쥐야

쬐금만 먹고

쬐금만 먹고

들어가 자거라


새앙쥐는

살핏살핏 보다가

정말 쬐금만 먹고

쬐금만 더 먹고

마루 밑으로 들어갔어요


아픈 엄마개가

먹다 남긴 밥그릇을

달님이 지켜주고 있지요.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지식산업사 1988)




장길 / 권정생


소 세 마리하고

아저씨 셋하고

나란히 줄지어 간다


제일 앞서 가는

소 고삐는

까만 수염 아저씨가 잡고 가고


두 번째 가는

소 고삐는

주먹코 아저씨가 잡고 가고


맨 뒤에 따라가는

소 고삐는

키가 장대만 한 아저씨가 잡고 가고


소 세마리

나란히 줄지어서 간다


워낭 소리가 잘랑잘랑

발자국 소리가 꿈뻑꿈뻑


등에는 고추부대 싣고

쌀부대기 싣고

꿈뻑꿈뻑 무겁고


둥둥 구름이 흐르는 하늘

장길은 꼬불꼬불 아직도 멀고


앞서 가는 소가

― 음매애

울었다


뒤따라가는

두 마리 소가

― 음매애

― 음매애

따라 울었다.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지식산업사 1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