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마을고등학교 이야기 "산마을로 가는 서인이에게"
엄마 옆에서 새처럼 종알거리던 우리 서인이!
새내기 배움터를 마치자마자 동무들과 친해지고, 아주 기대에 부풀어 즐겁게 산마을을 이야기하는 네 모습을 볼 때는
‘그래, 지 가고 싶은 길 떠나는 건데 뭐!’
하고 서운한 마음 갖지 않으려고 애썼어. 그런데 마지막 짐을 하나하나 꾸리는 널 지켜보고 있으려니
‘아, 이제 정말 우리 품을 훨훨 떠나는구나.’
싶어 가슴 한쪽을 베어낸 것처럼 아프고 서늘해지더구나. 또 한편으로는
‘어느새 저만큼 자랐구나.’
하고 대견하고 뿌듯하기도 했지만 말야.
이제 산마을에 둥지를 틀 우리 이쁜 새, 서인아.
벌써부터 엄마 아버지 곁을 떠나 크고 작은 모든 일을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결정하면서 네 삶을 꾸려나가야 한다는 것이 안쓰럽고 마음이 무겁기도 해. 더구나 부르면 금방 달려올 수 있는 곳도 아니고, 하루 온종일 걸려야 겨우 닿을 수 있는 먼 거리를 생각하면 더욱더 그래. 하지만 서인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고, 그래서 그 책임이 오롯이 네 것으로 돌아올 때, 더구나 그것이 아주 아픈 결과로 네 앞에 마주할 때 서인이가 한결 더 깊어지고 단단하게 여물 것이라 생각하니 그 또한 귀하게 받아들이고 싶어.
부디 마주 다가오는 모든 일 기꺼이 받아들이면서 그때그때 행복하고 즐거운 산마을 생활을 만들어 가길 빌게. 지금부터는 여기 함께 가는 네 동무들이 더불어 먼 길 걸어갈 식구요 길동무가 되겠지. 동무들에게는 언제나 네가 먼저 좋은 동무가 되어 주면 좋겠구나. 앞날을 두고 함께 고민하고, 뒹굴고 부대끼며 어우러져 살아가는 진짜 식구가 되어서, 힘든 일 함께 이겨내고 등도 토닥토닥 두드려주면서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이 되길 빌어. 그래서 산마을 모든 동무들이 흉허물도 스스럼없이 나누어 갖고, 덮어줄 건 덮어주며 서로 존중하고 아끼고 사랑하며 평생을 함께 할 우정을 키웠으면 좋겠다. 벌써부터 친하게 지내는 걸로 미루어 서로 기대고 다독이며 꿋꿋하게 잘 꾸려갈 거라 믿으면서 이제 마음 놓으려고 해.
서인아, 산마을의 식구가 된 것을 정말 정말 축하해!
산마을 새 식구가 되어 새로운 다짐과 기대를 가득 안고 선 오늘, 네 눈빛에서 몇 달 전 산마을에 지원하기 위해 자기소개서를 펴 놓고 사뭇 진지하고 간절했던 모습들이 보여. 학업계획서를 쓸 때 아, 정말 꿈에 부풀었던 그때 그 반짝거리던 눈빛들이 다시 보이는 것 같아. 공부는 어떻게 할 것인지, 동아리 활동은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 어떤 봉사활동을 하고 싶은지, 3년 동안 산마을에서 어떻게 어울려 살고 싶은지……. 학업계획서를 앞에 두고 며칠씩 꿈꾸던 그 모습은 환하게 빛이 났더랬지. 그토록 환한 얼굴로 앞날에 대해 고민하고 계획하고 꿈꾸게 해 준 산마을이 고맙기까지 했단다.
서인아!
그때 네가 세웠던 그 계획이 조금 엉성하면 어때. 스스로 이룰 수 없을 만큼 황당한 계획이면 또 어때. 너무 거창해서 지레 나가떨어질 계획이면 또 어떻겠니? 그러나 한번쯤 떠오르겠지.
'산마을 입학을 앞두고 내가 얼마나 아름답고 당찬 꿈을 꾸었던가?'
'산마을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하고.
힘이 들거나 무기력해졌을 때, 아니면 아무 생각도 없이 편안하게 늘어져 지내다가 어느 날 한번쯤은 처음 그때 그 꿈들을 꺼내어 보렴. 그리고 여기 함께 서 있는 소중한 길동무들과 그 꿈들을, 그 계획들을 얘기하면서 다시 추슬러 손 맞잡고 뚜벅뚜벅 걸어가길. 함께 가는 길은 언제나 든든하고 즐거울 거야. 그래서 너의 산마을 3년이 알곡처럼 단단하고 꽉 차게 영글어가는 시간이 되길 빌어.
여러 선생님과 산마을의 모든 식구들도 있었지! 누구보다 학생을 중심에 두고 생각하는 선생님들과 학교, 밝고 따뜻한 산마을 식구들이 함께 하니 큰 걱정은 없어. 산마을을 선택하던 때의 그 믿음은 여전하니까. 다만 이제 널 보려면 새벽부터 길을 나서야하고, 예닐곱 시간을 다시 돌아와야 한다 싶으니 갑자기 가슴이 벙벙하고 먹먹한 것이 무슨 말로 마무리를 해야 할지 도무지 떠오르질 않아.
산마을의 모든 식구들과 함께 늘 건강하고, 산마을의 즐거운 웃음이 멀리 멀리 번져나가기를 빌면서 이제 안녕. 참, 마지막 부탁 하나. 우리 예쁜 새, 언제나처럼 엄마 곁에서 재잘재잘 즐겁게 지저귀던 그때처럼, 엄마 블로그든, 메일이든 길든 짧든 무슨 이야기든 자주 들려줘. 멀리서 그 이야기나마 들으며 우리 서인이를 생각할게. 진짜 안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