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의 첫 남자친구
아까 낮에 딸래미랑 통화했거든요. 토요일인데 뭐하나 싶어서.
-어, 딸~
=우리 지금 홍대 가요
-홍대?
=인디문화탐방요
-아참, 그거 한다고 했지. 얇은 이불이랑 요 보낸 것 괜찮아?
=요 푹신하고 좋아요. 이불은 오다가 흙 묻었어요. 그리고 요~ 종알종알~
이제 통화하는 걸 사흘에 한번쯤으로 줄이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됩니다.
그래도 할 때마다 이렇게 반갑게 종알거려주니 그 또한 고맙습니다.
=엄마, 어울림 마당 때 올지 어떨지 고민한다면서요?
-응, 일이 겹치는 게 있어서 고민 중.
=일부러 무리하진 말고요, 서울 올 일 있으면 이참저참 오세요.
-엄마 가면 좋겠나?
=꼭 오시라는 건 아니고요~ 뭐어 오신 김에 맛있는 거라도 쫌 사 주시던가.
-또 먹는 것?
=근데요~ 있잖아요~~
-와? 뭔 데?
뜸을 들이는 거이 뭔가 수상쩍습니다.
=저 엄마한테 소개해 줄 사람이 있어요.
버번쩍! 아주 짧은 그 순간에, 드디어 올 게 왔구나 싶습니다.
-누굴? 누굴 소개시켜준다고?
못 알아듣는 척 하고 묻습니다. 아니 갑자기 못 알아 듣고 싶습니다.
=저어 남자 친구 생겼어요!
-그래? 방학 때까지도 없다고 했잖아.
=방학 마치고 와서요.
-궁금한데? 오빠야?
=어. 2학년.
-그 오빠가 먼저 말했어? 궁금하다야~
=어흐흥, 응. 힌트는~ 남매했던 적 있어요~~
-축하해. 근데 한 명만 사귀면 니 청춘이 아까우니까. 여러 명 모두 다 사귀지?
=흐흐흐
방학 때 이것저것 종알거리다가 다른 동무들은 남자친구 있는데, 지만 없다고 조금 부러운 듯, 섭섭한 듯 이야기했거든요.
그때는 '우리 선물단지를 몰라주는 놈들~ ' 그랬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소개시켜 줄 사람있다고 고백하니까, 아 글쎄 이젠 잠이 안 옵니다. 이거이 뭔 심뽄지...
근데 거 참 아조아조 궁금합니다.
남매했다니까, 그렇다면 몇 안 되는데..... 이름은 대충 나오는데.
아, 그래도 궁금한 걸요.
딸아이의 첫 남자 친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