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네가 사는 이야기

버섯 한 통을 가장 잘 먹는 법

야야선미 2003. 1. 13. 16:22

표고 버섯이 인물이 참 좋다캤더마는
그 멋쟁이 오라버니를 닮았는가베.

볕 잘 드는 창가에 신문지 깔고
우르르 쏟아놓고

하루 열 댓 번도 더 뒤적뒤적 만지작거린다.

된장찌개 올려놓고
쪼르르 달려와서 두 개 집어다가
송송송 썰어넣고

아침 달걀찜에 또 하나 송송송 썰어넣고

저녁에는 서너개 썰어서
버섯전 부쳐 내고


우리 연수 자료집 만들 동안
막내 올케네 가 놀던 서인이 데리러 가면서
서너 옹큼 주워 담아 갖다 주고

두어번 뒤적거려 말리다가
오늘은 영도 사는 동무 놀러 왔길래
이거 묵어 봐라
서너 옹큼 담아주고
저녁에 10층 할머니 좀 주워 담아 주고

표고버섯 한 통이
밀양으로 영도로 저 위에 10층까지
구석구석 향기를 솔솔 풍기고 있겠지요.

영동 어느 시골에서
험한 눈길을 뚫고 왔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고기 안 먹는 우리 오빠는
후루룩 쩝쩝 된장 찌개 한 숟갈 떠 넣으며
아아, 버섯 향 참 좋다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