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선미 2011. 11. 17. 13:19

2011년 11월 17일 목요일

아침부터 하늘이 어둡다. 겨울비가 오려는지 바람이 없어도 날이 아주 싸늘하다. 어른이고 아이들이고 밥 받으러 줄 서서 손은 모두 옷깃을 싸잡고 있다.

 

<속풀이>


이 닦는다고 갔더니 옆반 남자아이가 먼저 와 세면대 앞에 서 있다.

울었던지 얼굴에 눈물자국이 쫄쫄쫄


와, 울었나?

예.

왜? 뭐 땜에 울었으까?

김 우$%#@*^이요오오, 막 요^&%$^& 어엉엉엉

말을 할라니까 또 설움이 밀려오는 모양이다.


응? 욕을 했다고?

예.

그 녀석, 동무한테 와 욕을 하고 그라노? 속상했겠네?

예.

속상해도 이를 잘 닦네. 그렇지, 할 일은 해야지. 니 진짜 이 깨끗이 야무지게 잘 닦네.

울다가 또 쓰윽 웃는다.


근데 지금 집에 갈 건데, 얼굴 깨끗이 씻고 가야겠다.

왜요?

눈물 땜에 얼굴이 엉망이다. 니 울었다고 얼굴에 다 쓰여져 있다. 딴 사람들이 니 와 울었는지 자꾸 물어보겠는데?

칫솔을 문 채로 거울을 스윽 본다.

크크큭 진짜로 더럽네요?

니도 그래 생각하나?

히이이


잘 가라 하고 왔는데 우리 교실까지 뒤따라왔다.

샘, 근데요오, 김우민 알아요?

아니 모르는데.

그럴 줄 알았어요. 김우민은요, 우리반이예요.

그렇나?

키 크고 빠마한 아이 있거든요. 걔가 김우민이예요. 안녕히 계세요.

그래, 잘 가라.

문을 닫다가 다시 열고 말한다.

근데, 쌤 좀 착하네요?

어?

안녕히 계세요오오

흐흠, 이제 지 속이 좀 풀렸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