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영이 기와집>
<재영이 기와집>
연극 무대를 만들 거라고 어제는 시골마을 초가집을 그려서 오리고
오늘은 서울 장터를 꾸민다.
재영이는 기와집을 그렸다는데
아무리 보아도 내 눈에는 집이 이상해.
“재영아, 이게 기와집이면 기와지붕은 어디야?”
“이거요, 꼭대기에 이거”
꼭대기 한복판에 짙은 남색으로 조그만 탑처럼 그려놓은 걸 짚는다.
“그럼, 바로 아래, 둥그렇게 활처럼 휜 거, 억수로 큰 거 이거는 뭔데?”
“지붕 밑에 붙은 거요.”
내 눈이 아니 마음이 녹슬었나? 내 눈에는 집 모양이 그려지질 않아.
“지붕이 더 커야지, 비를 안 맞을 건데. 지붕이 너무 작은 거 아이가?”
“그러면, 인자 됐어요?”
“별로 달라진 거는 없는데? 어데를 고친 건데?”
“아아, 작가는 나라메요? 작가 마음대로 그리면 되는 거 아니예요?”
재영이가 돌아서서 잠깐 만지작거리더니 버럭 소리를 지른다.
“아, 진짜. 기와집 맞거든요. 이거는 지붕이고요, 이거는 그 밑에 단~ 뭐라 했잖아요. 꽃도 그리고 새가 날아가는 것처럼 만들었다는 거요.”
버럭대더니 얼굴까지 벌겋게 달아올랐다.
“아, 미안, 미안. 내 눈에 좀 낯설어서 그랬다, 미안”
씨익씩 숨을 몰아쉬는 재영이를 보내고 그림을 한참 들여다본다.
‘맞다, 추녀. 그래 이건 서까래!’
얘들이 기와집을 볼 일이 없겠다 싶어 기와집 사진 좀 보여주고, 단청이며 추녀며 서까래며 새처럼 날아갈 듯한 선이 어쩌구 얘기했더니. 재영이는 기와집의 날아갈 듯한 그 선을 살렸다. 기와집 아래서 올려다본 서까래와 추녀까지. 추녀와 서까래가 하늘을 날아갈 듯 아주 멋들어지게 휘었다. 여덟 살짜리 재영이가 기와집을 올려다보면 그래 지붕은 아주 조금 끄트머리만 살짝 보일지도 모르겠다. 아휴, 우리 재영이. 이 답답한 할마씨를 용서해줘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