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도서관이라니까
하아, 일마 이거. 날, 뭘로 보고.
5분전에 전화가 왔다.
"쌤, 집에 있죠?"
"응, 방금 할 일 하나 끝내고 이제 좀 잘라고."
"지금이 몇 신데 또 잘라고요?"
"내 밤에 못 잤거든. 밤새고 이제야 일이 끝났다고."
"아아, 그러면 문 좀 열어주고 나서 자지요?"
"니 지금 학교 아이가?"
"감기 땜에 조퇴했는데 쌤집에 가면 안돼요?"
"일마, 그러면 병원에를 가야지. 집으로 가든가"
"약 먹었거든요. 보건샘이 좀 쉬면 된대요. 집에는 아무도 없잖아요."
"야아, 여기가 니 쉬는 데가?"
"에이~~ 샘도 잘 거라면서요. 나도 책방에서 좀 잘게요."
"몰라"
"문 열어주고 자야 돼요. 알았죠? 내 지금 빨리 뛰어 갈게요."
막무가내다. 그래서 나는 따가운 눈 부릅뜨고 일마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일마는 도대체 날 뭘로 보는 걸까.
지난 번에는 똥 누고 있는데 벨을 어찌나 눌리는지.
이맘 때 올 사람이면 이 녀석밖에 없지 싶어 누던 똥 그대로 누고 있었다.
한 서른 번쯤 벨을 눌러 대더니 휴대폰으로 전화를 한다.
"쌤, 어디예요?"
"왜?"
"아, 책 보러 왔는데 문을 잠가 놨잖아요."
"내 지금 똥 누는데."
"아아참. 빨리 누세요."
들어오자마자 물 부터 한 잔 빼서 마시더니 졸라댄다.
"쌤, 현관문 비번 가르쳐주면 안 돼요?"
"뭐 할라꼬?"
"아니, 내 왔을 때 쌤이 또 문 안 열어주면 내가 열고 오면 되잖아요."
"조금만 기다리면 내가 열어줄 건데?"
"아아참, 전에도 쌤이 어디 가서 내가 못 들어왔잖아요."
"내 없을 때는 그냥 돌아가야지."
"아 진짜. 책 보면서 기다리면 되잖아요."
"우리 집 비밀번호는 우리 식구 네 명만 아는데. 우리 엄마도 안 가르쳐 줬어."
"아 쌤. 진짜 그래 안 봤는데."
"그럼, 어쩌라고?"
아, 정말 일마는 우리 집이 저거 이모집 쯤 되는 줄 안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