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이는 산마을에 산다

산마을고등학교 이야기 "산마을 야학"

야야선미 2011. 4. 15. 19:45

대안학교로 가기로 한 뒤, 서인이와 나는 우리나라 고등학교 과정 대안학교를 많이도 찾아봤다. 학교마다 나름대로 특색도 있고 마음에 끌리는 것들도 많았지만 우리는 결국 산마을 고등학교로 결정했다. 직접 찾아가서 살펴보고 그 학교 선생님도 만나보고 졸업생도 만나보며  이것저것 따져보고 생각하는 중에, 우리의 결심을 굳히는데 <산마을 야학>도 큰 몫을 했다.

인가 고등학교라서 대안교육에 한계가 있을 거라는 걱정과 아쉬움을 떨칠 수 없었는데, 그것들을 이 야학이 어느 정도 채워 줄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산마을고등학교는 지역사회에 자리 잡고 있는 학교 밖의 여러 선생님들을 모셔서 아주 다양한 야학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국가수준 교육과정을 이수해야한다는 틀을 무시할 수 없는 처지에서 이 야학이 대안을 찾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길을 열어 주고 보여주고 채워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1학기 첫 야학. 개설된 강좌 하나하나가 정말 탐난다. 집이 가깝다면 나도 하나하나 다 챙겨서 듣고 싶다. 학부모와 지역 주민에게도 열려있는 강좌라서 뜻이 있으면 누구나 들을 수 있다고 하니 집이 먼 나는 더욱 아쉬울 따름이다.

월요일 강좌를 보니 일본어 회화, 자연건강요법, 동양철학, 북 토크, 피아노A, GLOBAL ISSUE가 있다. 서인이는 GLOBAL ISSUE를 듣기로 했단다. 동양철학도 정말정말 듣고 싶은데 신청한 사람이 너무 많아 못 끼었단다. 북 토크도 꼭 하고 싶었는데 GLOBAL ISSUE랑 겹쳐서 포기했다고. 그러면서 살짝 하는 말이, 북토크는 전에부터 쭉 하던 사람들이 그대로 해서 새로 시작하는 자기는 거기 뛰어들어 하기가 좀 겁난다고. 그렇지만 꼭 할거라고, 다음에 다른 강좌 어느 정도 듣고 나면 다시 도전할 거란다.

화요일과 수요일에는 예술 강좌로, 좀 깊이 있게 또는 수련하는데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하는 것들이다. 그래서 화, 수요일 이틀 달아서 열린다. 미술 선·색·상상력과 민요와 대금배우기, 연극 만들기 그리고 밴드부는 화요일 수요일 이틀 동안 한단다. 피아노B와 건축과 도시이야기는 화요일에만, 대안 경제학 특강과 사진반은 수요일에 개설되었다.

화, 수요일 강좌를 신청하는 것도 갈등을 아주 많이 했다. 연극도 하고 싶고, 미술도 하고 싶고, 건축과 도시이야기, 대안 경제학. 모두 다 들을 수 없는 것이 못내 아쉬운 모양이다. 이번에 못 들은 것은 다음에 신청하기로 하고 <미술 선·색·상상력>으로 정했단다.

목요일에는 공감커뮤니케이션, Touch Me 나를 만나다, 서각, 초급일본어, 영어신문읽기가 열린다. 서인이는 초급일본어를 듣기로 했단다. 초급과정 열심히 해서 나중에는  동무들끼리 일본어 책을 읽으며 ‘끼리끼리 공부’를 하겠다고 야무진 기대를 하면서.

금요일에는 Friday Movie Collection에서 좋은 영화도 보고 생각나누기를 한단다. 토요일에는 사진반이 야외 촬영을 나가고. 토요일 사진반에도 들고 싶어 안달을 했지만 결국엔 단념. 수요일 사진반 강좌에서 이론을 듣고 토요일에는 밖으로 나가서 사진을 직접 찍어보는 활동이라서 욕심을 거둬야 한다나. 화, 수요일에 미술반을 선택했으니 사진반 강의는 들을래야 들을 수가 없다

 일요일에는 마라톤 수학1, 시사뽀인트, 언어영역이 개설되었다. 대학입시를 마음에 둔 동무들을 위해 수학과 엉어영역 강좌가 개설되었다고. 서인이는 시사뽀인트를 신청했단다. 인문학을 읽고 토론하는 활동이라고 아주 단단히 기대했다.

일주일동안 펼쳐질 야학을 두루 살펴보니 어느 것 하나 욕심나지 않는 것이 없다. 한창 하고 싶은 것 많은 서인이는 야학 신청할 게 너무 많아 머리를 쥐어짤 정도였다. 하긴 저러면서 꼭 해야 하는 것과 하고 싶지만 단념해야하는 것 사이에서 갈등하고 선택하는 것도 겪어보는 거지 뭐.

꼭 해 보고 싶었던 것, 뭔가 부족해서 좀 보충해 보고 싶은 것, 안내만 들어도 매력이 있어서 뛰어들고 싶은 것. 그밖에 정말 많은 까닭으로 저 많은 야학 강좌를 두고 머리 싸매는 서인이를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다행스럽기도 하다.

학교공부에 시달리거나 이리저리 끌려 다니면서 지친 아이들이라면 저런 의욕도 없겠지. 보는 대로 해 보고 싶고,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고, 하다보면 또 다른 길이 보일 것 같은. 산마을 야학은 아이들의 그런 다양한 의욕에 불을 붙여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