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이는 산마을에 산다

산마을고등학교 이야기 "산마을, 잘 다니겠습니다!"

야야선미 2011. 1. 8. 20:51

산마을, 잘 다니겠습니다!

김서인

초등학교 6학년 때 문득 특목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우리 집에서 갈 수 있는 중학교가 둘이었는데, 하나는 당리중학교였고 하나는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장림여중이었다. 장림여중의 소문은 매우 유명했는데, 매우 안 좋았다. 학교 폭력도 되게 심하고, 선배들도 무섭고……. 당리중학교는 남녀공학이어서 우리초등학교 여자애는 한 반에서 두 명 정도 밖에 배정되지 않아서, 내가 그 학교로 갈 확률은 매우 낮았다. 우리 반 친구들은 거의 장림여중에 배정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국제중. 나는 그때 영어 학원을 다녔는데 그 곳에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같이 수업하던 아이들 중 몇 명이 국제중학교에 간다고 했을 때 ‘거길 가면 장림 여중을 안 가도 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주 특별히 간절한 것도 아니면서 지원도 하게 되었다. 말하자면 일종의 현실 도피라고나 할까? 뭐 그런 의미에서였다. 결과는 꽝-. 두 달도 채 안 되게 준비한, 준비라고 해 봤자 영어 학원에서 특목중 대비반 공부 조금 한 게 모두인 나랑 그 아이들과의 경쟁의 결과는 뻔했다.

마음을 접고 일반 중학교로 올라왔다. 그렇게 가기 싫어하던 장림여중으로. 그런데, 소문은 다 거짓말이었다. 무서운 선배들도, 무서운 아이들도 없었다. 오히려 초등학교 때 보다 더 착하고, 재밌는 아이들이 많았다. 마음을 나누면서 아주 즐겁고 재미나게 중학교를 마치게 되었다. 사실, 3년이나 지난 지금은 내가 국제중에 안 간 것은 내게 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내가 느끼지 못하는 가운데 초등학생 때 특목중에 떨어졌던 것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었나 보다. 중학교 2학년 때 국제고에 가고 싶은 생각을 좀 했다. 2학년이 되자 선생님들이 고등학교 진학문제를 꺼내기 시작하고, 국제고등학교나 다른 특목고를 소개할 때 나도 모르게 마음이 끌렸다. 특히 특목고에서 하고 있다는 다양한 동아리활동에 마음이 움직였다. 고등학교 다니면서 저런 재미있고 다양한 동아리활동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내 성적은 특목고에 지원하기에 그리 안심할 성적은 되지 못했다. 만일 갔더라도 나는 그 무시무시한 분위기에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다 알고 있었다. 떨어질 것도, 가지 못할 거라는 것도. 그냥, 그냥 미련이 남아서였다.

그러나 한번 부딪쳐 보자 마음먹고 문제집을 사고, 공부계획을 세우고 책상 앞에 달라붙었다. 그렇게 며칠 공부를 하고 있던 어느 날 엄마가 편지 한 통을 가방에 넣어주셨다. 조용할 때 한번 읽어보라고. 엄마 편지를 읽고 나는 내가 국제고에 가겠다고 마음먹은 까닭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엄마는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셨다. 앞만 보고 오로지 성적만 올리기 위해 매달리는 것보다 우리 둘레 이웃과 어울려 다함께 행복하게 사는 길에 대해 이야기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새로운 방향을 권하셨다.

엄마에게 답장을 쓰면서 혼자서 찬찬히 생각해 보았다. 까놓고 말해서 나는 공부를 아주 잘하지 않는다. 나는 독하게 공부를 할 자신도 없다. 친구 아닌 친구들 사이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그깟 공부 하나로 서로 스트레스 받으며 지낼 자신도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여러 가지를 포기하며 오로지 공부에만 매달려 살 자신은 더더욱 없다. 그리고 친구, 자유, 호기심을 포기하고 오로지 공부만 파고 들 만큼 뚜렷한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고 나서 보니 대안 학교가 매력적으로 보였다. 정말 말 그대로 ‘친구’들과 마음 나누며 지낼 수 있는 곳, 황금 같은 고등학교 시절을 코피 흘리며 공부만 하며 썩지 않아도 되는 곳. 지금 쓰면서 느끼는 건데 나 정말 놀기 좋아하는 것 같다ㅎ^^; 아무튼 그 때부터 대안 학교로 목표를 수정했다. 이런저런 자료를 뒤져서 내가 갈만한 학교를 찾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학교 정보도 물어보고, 부모님과 함께 직접 찾아가 보기도 했다. 그리고 아주 마음에 드는 곳, 산마을을 만나게 되었다.

산마을 고등학교에 지원한다고 했을 때, 담임선생님은 진심으로 당황해 하셨다. 그때까지만 해도 선생님들은 내가 특목고에 지원할 줄 아셨다. 또한 그렇게 멀리까지 가는 것에 대해 황당해 하시면서 말리셨다. 담임선생님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물어보았다. 만나는 사람마다 “왜 대안 학교에 지원하느냐”고. 그 때 마다 왠지 설명하기가 힘들었다. 너무 장황하다고나 할까. 뭔가 콕! 찝어서 이러이러해서 여기 지원했다. 라고 말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그냥 대충 얼버무리면서 지나갔다. 그래도 이렇게 한 번 써 보니까 머리가 좀 정리가 되는 것 같다.

나는 왜 산마을로 오게 되었을까, 내가 산마을에서 하고 싶었던 건 어떤 공부였을까, 산마을에서 나는 어떤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여전히 확실하게 정리가 되는 건 아니지만, 그러나 내가 산마을에 합격하기를 간절히 바라던 그때 그 마음, 그때의 굳은 의지가 사라지지 않도록 열심히 지낼 것이다. 산마을, 잘 다니겠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