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편
옥수수, 엉겅퀴 / 임길택
야야선미
2012. 8. 27. 12:51
옥수수 / 임길택
옥수수를 땄는데
옥수수가 따뜻했다.
금세 햇살들이
옥수수 속에 숨어들었다. <<산골아이>>(2010, 보리)
엉겅퀴
꽃봉오리 아니어도 좋아요.
꽃술이 아니어도 좋아요.
잎 끄트머리 가시 하나
흙에 묻혀든 실뿌리 하나
그 어느 것으로라도
내가 다시 태어날 수만 있다면
꽃술이 아니어도 좋아요.
꽃봉오리 아니어도 좋아요. -<<똥 누고 가는 새>>(실천문학사, 2004)
아침 숲 / 임길택
나무들이
조용히 하늘 우러르는
아침 숲을 보세요.
온 동네 아직 잠들어 있고
그 위로 햇살만 빛날 때
나무, 저희끼리 손을 잡고
나무, 저희끼리 몸 부비며
그 햇살 아래 달려 나온
아침 숲을 보세요.
가만히 훔쳐만 보세요.
바람과 만나는 숲
하늘과 만나는 숲
혼자서만 몰래 만나 보세요. --- 『할아버지 요강』( 임길택/보리1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