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선미 2012. 8. 27. 13:20

 

거지 / 권정생

 

거지를 만나

우리는 하얀 눈으로

마주 보았습니다.

서로가

나를 불행하다 말하기 싫어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삶이란

처음도 나중도 없는

어울려 날아가는 티끌같이

바람이 된 것뿐입니다.

제 마다가 그 바람을 안고

북으로 남으로 헤어집니다.

어디쯤 날아갔을까.

나를 아끼느라 그 거지 생각에

자꾸만 바람빛이

흐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