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편
들국화 기차역 / 이안
야야선미
2011. 9. 27. 14:09
들국화 기차역 / 이안
(온 세상 춥고 배고픈 이들은 모두 이리로 와요)
(떠돌이가 먼저예요 주정뱅이가 먼저예요)
(이리 와서 빛을 쬐고 배를 채워요)
(비렁뱅이가 먼저예요 코흘리개가 먼저예요)
(배고픈 이는 배를 채우고)
(속병 난 이는 속을 달래요)
(추운 이는 빛을 껴입고)
(엄살쟁이는 꽃가루외투를 덧입습니다)
(서둘러요 겨울이 와요)
(따뜻하고 배부른 이들도 오셔요 오셔요)
(우리는 다 겨울골짜기로 갑니다)
(든든히 먹고 든든히 입고)
(겨울행 기차를 기다려요)
(기차가 곧 구절초역을 떠나 이리로 온대요)
(이리 와서 빛을 쬐고 배를 채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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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문학>(2010년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