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 시 맛보기 1 - <저 풀도 춥겠다> 에서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 시 맛보기 1 - <저 풀도 춥겠다> 에서
아이들 시를 읽으면 저절로 입꼬리가 실실 올라가면서 웃음이 번진다.
꼭 그 녀석이 지금 내 눈앞에서 샐샐거리며 귀여운 짓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아진이는 키는 제일 작고, 내게 말은 제일 많이 걸어준다....
아침에 학교에 오면 종알종알 재깔재깔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지 죄 말해준다.
거기에 내가 맞장구라도 좀 치면 이야기는 끝이 없다.
무엇하나 나쁘게 생각할 줄 모르는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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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실망이다 (강아진)
맥도생태공원에 자전거 타러 간다.
빨리 탈라고
허리를 왼쪽 오른쪽 돌리고 몸부터 풀고
500미터를 달렸다.
“넌 다리가 짧아서 안 돼.”
아, 실망이다.
내 짧은 다리가 실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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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동무들이랑 두 발 자전거를 탄다고 얼마나 신이 났을까?
생태공원에 닿자마자 저만치 자전거 빌려주는 곳이 보이자
미리 허리 휙휙 돌리면서 몸부터 푸는 아진이 모습이 떠오른다.
그다음 팽이처럼 빠른 아진이가 쌩하니 달려갈 그 모습도 그림처럼 펼쳐지는데,
아아~ 그런데 넌 안 돼! 얼마나 실망스러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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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사탕 (강아진)
나는 수학, 국어, 스쿨 수학을
가방에 넣고 기다렸다.
별사탕을 받는다.
마음이 조마조마하였다.
눈높이 선생님이 파란색 색연필로
박서진 껄 매기다 말고
별사탕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야, 이제야 받는구나.’
노란색, 파란색, 주황색, 하얀색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야, 별사탕들이 먹어주라고 떼를 쓰고 있네.”
나는 학습실 문 앞에서
바로 다 털어 넣었다.
“캬, 맛있다.”
개구리처럼 폴짝폴짝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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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사탕 어서 먹고 싶은 마음을 어쩌면 이렇게 간절하게 그려낼 수 있을까 싶다.
그리고 기다리고 가다리던 별사탕을 한 입에 탁 털어 넣고 폴짝폴짝 뛰어가는 아진이. 시를 읽다가 정말 나도 모르게 입에 침을 꿀걱 삼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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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강아진)
산이 안 보인다.
동네도 안 보인다.
있던 것이 아무 것도
안 보이고
조용해졌다.
까치랑 참새들 소리만
들린다.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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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는 바닷가의 산꼭대기에 있어서 안개가 자주 낀다. 학교 아래서 보면 학교가 안 보이고, 우리 학교 운동장에 서면 발아래가 안 보인다.
그렇게 재깔재깔 말도 많은 우리 아진이. 안개 자욱하게 끼이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면 이렇게 잠잠해질 줄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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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맛보기 끄읕~~~ (2016. 1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