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추쌈 잔치
태풍에도 꿋꿋하게 살아남은 우리 교실 텃밭.
창가에 붙어서서 열매 하나 떨어뜨리지 않고
잘 견뎌 준 이 녀석들을
오늘 거두었다.
상추, 토마토, 풋고추, 피망, 오이....
먼저 이것들을 나눠먹는다.
자아아~ 드디어 상추를 맛보는 날이지롱
뭐하고 먹어요?
맛있는 돼지갈비가 왔지롱
와아!
아침에 구운 돼지갈비를 보온도시락에서 꺼내놓고
상추 한 장에 고기 한 점.
맛있어요!
엄지손가락 척 들어 보이고 들어간다.
입 크게 벌리고 한 입씩 받아먹는데
아고오오오 요 이뿐 입 입 입.
저만치 몇 발짝 앞에서부터
제비새끼보다 더 이뿐 입을 짝 벌리고
달려온다.
처음 한둘만 싸 주고
제 손으로 먹으라 할랬는데
입 벌리고 달려드는 모습이 이뻐
모두 다 싸서 넣어준다.
이건 어떡하지?
야야도 먹어보세요.
이제 나 먹어도 돼?
네에에에
그렇게 모두 다 먹고도 남은 건
상추농사 지은 동진이 한 입 더
진경이 한 입 더
상추 또 먹어요.
고기가 없는데?
쌈장에 찍어먹으면 돼요.
흐흐흐 걸려들었다. 바로 이거거덩
우리가 언제부터 상추는 고기하고만 먹었더냐?
암말 않고도 상추에 쌈장만 찍어서 먹는다.
옛날에는 이렇게 고기없이 상추만 먹었거든.
진짜요?
그래도 맛있네요.
그럼. 이것만 해도 밥 한 그릇 먹었지.
좋겠다.
샘 피망도 먹어요오오오
상추를 달게 먹더니 이제 입이 달았지.
피망 두 개는 농사지은 연강이랑 서빈이 하나씩.
그리고 남은 두 개는 스물 두 조각으로 자른다.
어른 손톱보다는 조금 크다.
피망 한 조각에 쌈장 푹 찍어
입에 넣고 돌아서는 아이들 입이 벙글어 다물어지지 않는다.
맛잇어요?
네에에에
담에 또 먹을 거예요?
많이 크면 또 먹지 뭐.
으으으으.....
근데 요녀석들 입맛 한번 들이더니,
창가 화분들을 휘이 둘러보는 눈빛이 참 요상해졌다.
고기 맛들인 아기사자 눈빛이 이럴까?
아주 잠깐, 돼지갈비 구워온 걸 후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