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 시 맛보기 2 - 알로이시오초등학교 2학년 시집 <저 풀도 춥겠다>에서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 시 맛보기 2
<저 풀도 춥겠다> 에서
우리 윤우!
세상에 급한 일도 없고,
세상에 화날 일도 없는 아이.
빼빼 말라 훌쩍 큰 키에 아주 어지렁스런 말투로
제 키보다 한 뼘도 더 작은 동무들이 뭐라뭐라 해도
“뭐어어어 뭐어어” 할 뿐이다.
몸만 느린 게 아니라 말도 느려서
동무들이 빠른 말로 해 부치면
맞대거리하지도 못한다.
그러다 화가 나면 입보다 손이 먼저 움직인다.
처음부터 보지 않으면
늘 주먹으로 때리기나 하는 아이로 보이기도 하리라.
그러나 느리긴 하지만
무엇 하나 안 하는 것은 결코 없다.
승질머리 더러운 담임이 기다리다 못해
그만하라고 해도
윤우는 제가 다 되었다 싶을 때까지 붙잡고 앉아 한다.
그런 윤우, 시를 읽으면 또 그 나름 윤우가 보이고,
윤우를의 본성을 지켜줘야 싶을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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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 (김윤우)
기름 넣고 옥수수를 넣었더니
하나씩 펑! 펑!
후드드 펑!
다 같이 합창단처럼
후드드 펑! 펑!
화산폭발처럼 튀다가
프라이팬이 꽉 찰 때는
뽀글뽀글 뽀글뽀글
뚜껑을 여니까
총알처럼 펑!
날아간다.
나도 팝콘이 돼서
구름처럼 둥실 날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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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팝콘을 만들어 먹는 날,
시끌벅적한 가운데서 윤우는 그림처럼 가만히 보고 있다가
뒤늦게 튀어 달아난 팝콘을 주우러 다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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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이형(김윤우)
태권도장 가려고 복도에서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혜성이형이 내 옆에서 총을 쏘았다.
내 볼에 딱 맞았다.
“아아아! 내 볼! 진짜 따갑다.”
뺨을 때리는 것 같았다.
“아아 총 쏴서 미안해.”
“어, 알았어.”
혜성이형이
‘아, 윤우가 안 때려서 다행이다.’
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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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에 윤우가 그대로 들어있다.
장난감총이지만 볼에 딱! 맞았을 때
얼마나 아팠을까?
뺨을 맞은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평소의 어지렁스럽게
“아아아! 내 볼! 진짜 따갑다!” 했을 녀석.
너무나 놀라고 아파서 주먹이 휙 나갔을 법도 한데,
‘윤우가 안 때려서 다행이다.’
할 혜성이형 생각하면서
혼자 뿌듯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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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많은 날(김윤우)
오늘은 집에서 너무 나쁜 행동을 많이 하였다.
공부 하라 했는데
제대로 안 하고 떠들고
친구들과 자꾸 싸우고
친구들이 화났는데 깐죽대고
아무 이유 없이 친구들을 때렸다.
아이들이 말한다.
“니 계속 이상한 짓 하면
정신과에 가봐야 된다.”
나는 정신과에 안 가고 싶다.
계속 이렇게 나쁜 행동 하면서 살아야할까?
아니면 평범한 사람이 될까?
많이 생각을 하는 날이다.
**
하는 짓도 느리지 말도 느리지
하다하다 주먹이 나가는 날도 많아
또래 아이들 많이 섞인 자리에서는
혼날 일도 많다.
그런데 제 동무들이 무심코 한 말에
혼자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한다.
어린 아이들이라고 생각을 안 하고 사는 건 아니란 말이지.
오늘의 시 맛보기 끄읕~~2016. 1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