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가꾸는 글쓰기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 시 맛보기 2 - 알로이시오초등학교 2학년 시집 <저 풀도 춥겠다>에서

야야선미 2016. 11. 24. 15:40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 시 맛보기 2

<저 풀도 춥겠다> 에서

우리 윤우!

세상에 급한 일도 없고,

세상에 화날 일도 없는 아이.

빼빼 말라 훌쩍 큰 키에 아주 어지렁스런 말투로

제 키보다 한 뼘도 더 작은 동무들이 뭐라뭐라 해도

뭐어어어 뭐어어할 뿐이다.

몸만 느린 게 아니라 말도 느려서

동무들이 빠른 말로 해 부치면

맞대거리하지도 못한다.

그러다 화가 나면 입보다 손이 먼저 움직인다.

처음부터 보지 않으면

늘 주먹으로 때리기나 하는 아이로 보이기도 하리라.

그러나 느리긴 하지만

무엇 하나 안 하는 것은 결코 없다.

승질머리 더러운 담임이 기다리다 못해

그만하라고 해도

윤우는 제가 다 되었다 싶을 때까지 붙잡고 앉아 한다.

그런 윤우, 시를 읽으면 또 그 나름 윤우가 보이고,

윤우를의 본성을 지켜줘야 싶을 때가 많다.

 

##

 

팝콘 (김윤우)

 

기름 넣고 옥수수를 넣었더니

하나씩 펑! !

후드드 펑!

다 같이 합창단처럼

후드드 펑! !

화산폭발처럼 튀다가

프라이팬이 꽉 찰 때는

뽀글뽀글 뽀글뽀글

뚜껑을 여니까

총알처럼 펑!

날아간다.

나도 팝콘이 돼서

구름처럼 둥실 날아가고 싶다.

 

**

함께 팝콘을 만들어 먹는 날,

시끌벅적한 가운데서 윤우는 그림처럼 가만히 보고 있다가

뒤늦게 튀어 달아난 팝콘을 주우러 다녔지.

 

##

 

혜성이형(김윤우)

 

태권도장 가려고 복도에서

선생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혜성이형이 내 옆에서 총을 쏘았다.

내 볼에 딱 맞았다.

아아아! 내 볼! 진짜 따갑다.”

뺨을 때리는 것 같았다.

아아 총 쏴서 미안해.”

, 알았어.”

혜성이형이

, 윤우가 안 때려서 다행이다.’

했을 것 같다.

 

**

이 시에 윤우가 그대로 들어있다.

장난감총이지만 볼에 딱! 맞았을 때

얼마나 아팠을까?

뺨을 맞은 것 같다고 했다.

그래도 평소의 어지렁스럽게

아아아! 내 볼! 진짜 따갑다!” 했을 녀석.

너무나 놀라고 아파서 주먹이 휙 나갔을 법도 한데,

윤우가 안 때려서 다행이다.’

할 혜성이형 생각하면서

혼자 뿌듯했을 거다.

 

##

 

생각이 많은 날(김윤우)

 

오늘은 집에서 너무 나쁜 행동을 많이 하였다.

공부 하라 했는데

제대로 안 하고 떠들고

친구들과 자꾸 싸우고

친구들이 화났는데 깐죽대고

아무 이유 없이 친구들을 때렸다.

아이들이 말한다.

니 계속 이상한 짓 하면

정신과에 가봐야 된다.”

나는 정신과에 안 가고 싶다.

계속 이렇게 나쁜 행동 하면서 살아야할까?

아니면 평범한 사람이 될까?

많이 생각을 하는 날이다.

 

**

하는 짓도 느리지 말도 느리지

하다하다 주먹이 나가는 날도 많아

또래 아이들 많이 섞인 자리에서는

혼날 일도 많다.

그런데 제 동무들이 무심코 한 말에

혼자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한다.

어린 아이들이라고 생각을 안 하고 사는 건 아니란 말이지.

 

오늘의 시 맛보기 끄읕~~2016. 1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