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뚜벅 걸어가라, 히어로!
- 내 동무 최상경이 부자가 되어야하는 까닭
내 동무 최상경이 전화를 했다.
오월의 비 맞은 보리이파리처럼
물기를 머금은 촉촉한 목소리.
“회사 식구들하고 이야기를 했어.
어찌나 마음이 짠한지……
운동복 한 벌씩
봄가을로 야유회 한번씩
회식 두 달에 한번씩
회사에 바라는 그것들이
소박하다 못해 마음이 아파.”
눈물이 핑 돌고 가슴이 뭉클하다.
그래, 꼭 돈 많이 벌어라.
당신같은 사람이 부자가 되어야 해.
세상에 부자도 많고, 큰 회사도 많고 많지만
제대로 된 부자가 되어야 해.
제대로 잘 나가는 회사로 만들어야지.
부자가 되어서
부디 ‘진짜 아름다운 부자’가 되어서,
한솥밥 먹는 식구들
등 따습게 편히 쉴 방 한 칸
맛있게 먹을 따뜻한 밥 한 끼
작지만 귀한 그것들 살뜰하게 챙기는
어버이 같은 그 마음으로
소박하고 마음 짠한 식구들,
히어로의 모든 식구들 다 보듬고 살아야지.
일터 식구들에게
깨끗한 화장실 먼저 만들어 주고 싶은,
일하다 잠깐 등 붙이고 쉴 자리 걱정하는,
사랑스런 아이들 얼굴 한 번 더 보라 마음 쓰는,
고렇게 작고 작은 데 마음을 쏟는 작은 사람.
작고 낮은 자리에서
작고 낮은 소리들을
작고 낮은 자세로 듣는 내 동무, 작은 영웅.
그리고,
땀 닦으며 일할 일터 있고
몸 안 아프고 건강한 게 최고라는
소박하고 정직한 히어로의 모든 식구들,
그 또한 우리들의 작은 영웅들.
모기도 모이면 천둥소리를 낸다 했는데
요렇게 작고 낮은 마음들이 어우러져
세상을 움직이는 큰 물결 만들고,
세상 사람들이 둥지 틀고 싶어 하는
우람한 나무를 키워서
누구나 쉴만한 그늘이 되고
언제나 살맛나는 일터가 되고
작고 낮은 사람들이 비빌 언덕이 되길
히어로 식구들이 일터 곳곳에 뿌린 꿈과
우리 작은 영웅들의 등줄기에 흐르는
굵고 진한 땀방울이
커다란 영웅을 키우는 씨앗이 되고,
밑거름이 되고,
일터를 뒤흔드는 어려움이 생겨도
흔들리지 않는 버팀목이 되고……
그리하여 마침내
세상은 히어로에게로 열리리라.
마음속에 알곡 같은 소망 하나씩 품고
다시 출발선에 서서 새 걸음을 내딛는 오늘
기쁘고 뜻 깊은 이 시간
함께하는 모든 이의 가슴 속 간절한 소망 담아
잔을 높이 든다.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불확실 앞에서
앞서 내달리는 의욕 달래어 숨 고르고
낮추어 겸손하고, 작은 것에 감사하며
그대 가진 느긋함과 노련함
그대만의 뭉근한 집념으로
신발 끈 단단히 동여매고
비틀거리지 말고 뚜벅뚜벅 걸어가라,
우리들의 작은 영웅, 히어로.
히어로의 귀한 사람들이여. (2010.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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