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서인이와 영우 그리고 별사탕

야야선미 2006. 3. 31. 09:42

얼마전에 영우가 휴가왔다 갔어요. 
2월말에 온다고 해서 
서인이는 봄방학이니까 오빠오면 절대로 안 떨어지고 붙어서 같이 놀거라고 방방 들떠 있었어. 
근데 이놈의 군대라는 것이 집에서 애타게 날짜만 꼽고 있는 서인이 사정 같은 거야 뭐 아무것도 아니더라고요. 
그냥 간단하게 휴가 일주일 연기. 딱 그라고 말데. 
그때부터 서인이 또 일주일을 꼬박 기다렸는데, 드디어 휴가 오는 날. 
집에서 기다리는 우리는 아무 것도 아니여. 
부산 터미널에 내렸다카더마는 학교에 바로 가서 친구 만나 저녁먹고 온다나 뭐라나? 
"그라머 서인이는 우야노?" 벌써 눈이 저만큼 돌아갔는데." 
"저녁먹고 될 수 있는대로 일찍 들어가께요." 
"그기 그래 되나? 갔다카면 오밤중이지. 집에 와서 신고부터 하고 가지." 
"빨리 가께요." 
그라더마는 
"어머니 저기, 밥 사 묵구로 돈 좀 부치주이소. 
참 기가 차서! 노포동에서 신평이 멀기는 좀 멀지만, 
부산 땅을 밟았으면 엄마도 보고 서인이도 보고 그라고 용돈 좀 돌라카면 어데가 덧나나? 
속에 천불이 나더마는 그래도 우야노? 
마이 주면 늦게 올 것 같아서 쪼매이만 부쳐줬어요. 
그런데도 일마는 가물치 코라. 
우리 식구는 아무도 못 자고 밤 열두시를 넘기면서 지를 기다리고 있는데 
전화 한 통도 없이 한 시가 되고 두 시가 되어가는거라. 
처음에는 보고 싶더마는 이쯤되니까 속에 열이 부글부글 끓고, 아이들 말대로 뚜껑이 확 열릴라카데. 
두 시가 되어갈라하는데 대문 번호 누지르는 소리가 삐빅삑빅 나는거라. 
눈은 돌아갈 데 까지 다 돌리고 흘기고 섰는데 
지는 멀쩡한 얼굴로 들어서서 경례를 처억 하데요. 
"야!" 
일단 소리 한번 지르고. 
그런데 글마는 씨익 웃어뿌는데 내가 거 대고 또 무신 소리를 하겠노? 
"니도 참 너무한다. 저래 기다리는 서인이가 애닯지도 않나?" 
괜히 서인이를 팔면서 잔소리를 할라카는데, 군복 안주머니를 부시럭부시럭 뒤지더마는 
두툼한 군용 약봉다리를 하나 꺼내는거라. 
일마 허리 아푼 기 더 심해서 약봉다리를 저래 달고 댕기나 싶은 생각이 순식간에 들면서 앞이 깜깜해질라카는데 
"아나, 서인이 니 선물이다." 
선물이라는 말에 서인이가 얼른 받아채더라고요. 
"이거 약이가?" 
그라면서 서인이가 봉다리를 여는데, 세상에! 
별사탕이 한 거 나오는 거라. 
"뭐꼬?" 
"그거? 우리 서인이 줄라꼬 건빵 묵을 때마다 그거만 모았다 아이가." 
순설탕 덩어리 그 별사탕이 뭐 짜다리 귀하겠노 마는 
나는 고마 그 순간에 눈물이 핑 돌민서 
늦게 왔다고 지한테 꼬루고 있는 내 맴이 흐물흐물 녹아뿌리는기라. 
서인이는 그 별사탕을 하나 꺼내 묵더마는 다시 고이고이 넣어 두더라고요. 
그라고 며칠 뒤에 화이트데인지 뭔지 하는 날이라. 
가만 보니 서인이가 그 별사탕 봉다리를 열었다가 다시 넣었다가 하더마는 
한 댓개쯤 들고 나가데. 
그라더마는 오후에 한 마디 하는기라. 
"아들이 뭐어 다른 사탕은 엔간히 좋아하면서 받더마는 이 별사탕을 몰라주대." 
지한테나 귀하지, 
다른 아이들이야 크고 맛있고 화려한 사탕이 얼마든지 있는데, 그 쪼매난 별사탕이 눈에 들어왔을라고. 
오늘 아침에 방도 더럽게 어질어 놓고, 옷도 아무데나 벗어놨다고 딸아가 이래 커서 뭐하겠냐고 잔소리를 늘어놓다가 
서인이가 고이고이 모셔놓은 별사탕 봉다리가 떡 나오는기라. 
그걸 보다가 고마 우리 서인이도, 영우도 막 이뻐지면서 
고마 입 다물어뿌렀어. 

여러분, 별사탕 안 묵고 잡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