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가 만나는 아이들

책 읽으며 보이는 아이들 - 로쿠베를 함께 읽으며

야야선미 2007. 3. 8. 14:08

지난 겨울에 즐겨찾기에 올려준 플래시 동화.

그거 우리반 아이들하고 즐겨 보았어요.

진도 끝나고 어수선한 때 도움이 많이 되었지요.

종이책 읽어 줄 때하고 색다른 맛이 있어서 좋았답니다.

그거 경해가 올려 주었나? 고마워.

책 읽기하고 공책에 메모했던 걸 아직도 제대로 정리를 못했더라고.

어제 짐 정리하다가 메모한 거 보면서 정리 좀 했어요.

2편은 다음에.

 

칠판에다 커다랗게 씁니다. <로쿠베>

-이게 뭘까요?

-사람요.

-사람이면 어떤 사람? 남자? 여자? 어른? 아이?

-아저씨 이름 같아요.

-그럼 여러분 생각은 남자 이름 같다는 거예요?

-로쿠베 하니까 어쩐지 남자 어른 같아요.

-으음, 남자 어른. 그럼 이번에는?

로쿠베 뒤에다 또 씁니다. <로쿠베 조금만 기다려>

-어어 로쿠베가 어른이 아닌가아?

-왜애?

-조금만 기다려. 반말하잖아요.

-아하, 그래서 어른이 아닌 것 같아요?

-로쿠베가 남자 아인가?

조금 더 말해 줍니다.

-이거 오늘 우리가 읽을 책 제목이예요. <로쿠베 조금만 기다려> 뭘 기다리라는 걸까요?

-로쿠베 형아가 놀러 가는데 따라 갈라고 기다리라는 건가?

형아를 무척 따르는 상훈이가 말합니다.

그러니까 얼굴에 손톱자국 같은 흉터가 수도 없이 많은 귀현이도 한마디 합니다.

-형님아가 때릴라 하니까 조금만 기다려 하는 거에요.

그러면서 오른 손을 들고 얼굴 앞을 척 막고 왼손은 가슴께를 막으면서 무술에서 하는 방어태세를 해 보입니다. 동네 형들이랑 날마다 어울려 노는 귀현이를 보는 듯합니다.

-엄마가 롯데마트에 갈라고 해서 따라 갈라고 그라는 건가?

하은이가 말합니다. 하은이는 일기에 엄마랑 롯데마트 갔다 온 이야기를 자주 씁니다.

-그라면 로쿠베가 엄마라고? 엄마한테 이름 부르면서 말하나?

조목조목 잘 따지는 혜린이가 거듭니다.

-그러네. 그럼 로쿠베가 아빤가?

하은이 말입니다.

-외국에는 어른한테도 이름 부를 수 있다.

아는 것이 많은 예진이 말입니다.

-동생이 아이스크림 먹자고 해서 아빠 올 때까지 기다려야 된다고 말하는 거예요.

기훈이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살아서 큰집 식구들도 고모네 식구들도 자주 오는 집입니다. 일기에도 식구들 이야기가 참 많이 나옵니다.

-동생이요 숙제하는 걸 자꾸 달라고 해서 다른 것 줄라고 좀 기다리라는 것 같아요.

어린 동생이 엉겨 붙어서 숙제한 것도 망치고, 일기장에 낙서도 많이 해 오는 선하가 말합니다.

-아이, 이제 고마 쫌 보여 주세요. 궁금해 죽겠어요.

여기저기서 책 제목을 보면서 한마디씩 해보지만 대답이 없자 이젠 안달을 부립니다.

-그래? 궁금하지? 다 같이 한번 볼까?

플래시 동화를 열었습니다. 강아지가 한 마리 나타납니다.

-와아, 강아지다. 강아지다.

-시끄럽다, 조용히 해라.

텔레비전에 눈을 박고 있던 윤지가 얼굴을 찌푸리며 짜증을 냅니다.

<로쿠베> 세 글자가 스르륵 나옵니다. 그 뒤로 <조금만 기다려>가 휘리릭 나타납니다.

-맞네. 강아지네. 강아지다. 로쿠베가 강아지예요?

-모르겠어. 아니 알긴 아는데 비밀이다. 여러분이 읽으면서 강아진지 동생인지 알아보세요.

-강아지 맞네. 책에는 주인공 그림이 딱 나오잖아.

하은이가 자신있게 말하니까 다른 아이들도 고개를 끄덕입니다.

-지은이가 누구라고 했지요?

-하이타니겐지로요.

-이름 보니까 어느 나라 사람 같아요?

-미국 사람요?

-아니, 일본 사람이예요.

-그 사람도 선생님이 좋아하는 사람이예요?

-음. 그래 좋아해요. 이 선생님이 쓴 책이 많은데 그 책들을 읽으면 이 선생님이 막 좋아져.

-아아~ 그러면 로쿠베는 일본 강아지네요.

-아아 알았다. 나는 알겠어요.

기훈이가 손바닥으로 책상을 내려치고 고개를 끄덕이고 혼자 만족한 듯 환하게 웃습니다.

아이들이 모두 돌아다봅니다.

-뭘 알았는데?

-대문을 딱 여니까요, 로쿠베가 밖으로 혼자서 막 뛰어가는 거예요. 길에는 차가 많이 다니니까 다치잖아요? 그러니까 로쿠베를 막 부르는 거예요. 사고 난다고.

-그렇나?

그럴듯한 이야기에 아이들도 턱을 주억거립니다.

-강아지가 받아쓰기 공책을 물어뜯어서 혼내줄라고 그라는 거 아이가?

-아니다, 밥 먹을라는데 지도 먹을라고 자꾸 상 우에 올라 올라캐서 좀 기다리라는 거 아이가?

아이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가 훤히 보이는 듯 합니다.

-빨리 읽어 봅시다.

석웁니다. 성질 급한 석우는 벌써 엉덩이를 들고 텔레비전 화면 앞으로 빨려들 듯 합니다.

-빨리 보고 싶어?

-네에! 빨리 틀어주세요.

한 목소리로 대답을 합니다. 목소리도 우렁찹니다. 눈도 초롱초롱합니다. 이만하면 모두 로쿠베한테로 잘 따라온 것 같습니다.

-자아, 그럼 로쿠베한테 왜 기다리라고 했는지 다함께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