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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세상에 발명되면 절대 안되는 것 - 뭐게요?

야야선미 2009. 9. 14. 21:40
어젯밤.

하 잠이 안 와서 자라온 이야기나 쓰자 하고 일어나 앉았지요.

근데 참 그게 우습지요.

잘려고 이리저리 뭉개고 누웠을 때는 온갖 이야기가 머릿속에 엉키다가 풀리다가 술술 나올 것 같아요.

막상 일어나 앉아 시작을 하고 나니 탁 막혀요.

아까 그 많던 생각들이 어데로 숨었을까?

기가 막혀서 카페에나 들락거리다가, 다시 잡고 끙끙대다가 서너시간을 그러다가 새벽에야 잠이 들었어요.



오늘은 우리 일학년 꼬마 여덟명은 오전에, 졸업생 몇 명은 오후에 만나기로 한 날이에요.

밤에 그러다가 늦게 잔 덕분에 늦잠을 자서 오전에 만나기로 한 아이들과 오후에 만나기로 한 아이들을 같이 만나기로 했어요.

점심먹고 나오라고 했더니 열넷이 모였네요.

초등학교 1학년 여섯, 고등학교 2학년 여덟.

이 아이들이 뭔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아이들은 신기할 때가 참 많아요.

이 열넷이 아주 잘 노는 거 있죠?

그러고 놀다가 어젯밤 이야기가 나왔어요.



"야들아, 너거들 할 일도 없다며. 이런 거 함 만들어 봐봐. 머릿속에 생각난 거를 말이야 그때 단추만 척 누르면 글로 다 쳐지는 그런 기계."

"야, 진짜 짱이다. 그거 노벨상은 받겠다."

"그래 맞다. 헤드폰처럼 끼고 있다가 좋은 생각이 떠 올랐을 때 그걸 글로 척척 받아쓰는 기계, 우와~ 죽이겠다."

한참을 흥분해서 떠들다가 잠시 조용해 졌어요.

우리반에 일학년짜리 동규가,

"쌤 그거는 안돼요."

"와? 해 보면 안되는 일이 어데 있겠노?"

"나는요, 한번씩 나쁜 생각 할 때도 있는데. 그거 다 들키잖아요."

"뭐?"

"임마 이거 쥑이는 놈이네. 쌤, 일마 공부 시간에도 웃기죠?"

모두들 한참을 웃고, 동규를 놀리고 그랬지요.

조금 시간이 지나고 점점 조용해지는 거예요.

그러다가 또 일학년 짜리 봉민이가 그래요.

"나도 마음 속에서 욕할 때 많은데."

고등학교 3학년 올라가는 병철이가 입을 여네요.

"생각해 보니까, 그거 발명되면 안되겠다. 맘 속으로 온갖 나쁜 공상을 할 때가 많은데 진짜 그거 글로 다 나와봐라 우째 되겠노?"

"그래, 맞다. 내가 학주한테 걸려서 속으로 막 욕하고 있는데 그기 글로 찍힌다 캐봐라."

"야야, 그런 거 보다도. 이거 생각해봐라. 지하철에서 쭉쭉 빵빵한 여ㅏ 보고 별 생각 다하는데, 그 때 누가 그걸 씌우고 단추를 눌렀다. 우예 되겠노?"

와하하하하 웃어대다가 아이들이 점점 심각해 지더니 저거끼리 결론을 내렸어요.

이 세상에 절대 발명되면 안되는 것 목록 제 1호는 바로 그 기계라고요.

아이들은 지금 떡볶이 먹는다고 다 몰려 나갔어요.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내가 별 요상한 일을 저지를뻔 했어요.

머릿속에 마구 엉켜 떠돌아다니는 이 왼갖 잡생각들이 모두 쏟아져 나온다?

정말 끔찍한 일 아니예요?



원종찬쌤이 부산 귀경온다구요?

환영합니더. 근데 그 날 지들은 이사하는 날이네요.

쩌~업.

선물 고맘습니다.

새해들어 너무 좋은 선물을 받았네요.
출처 : 부산글쓰기회
글쓴이 : 야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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