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옛 어린이들 / 권정생
현덕의 동화나 백석의 시를 읽다 보면 마음이 절로 푸근해진다. 이분들의 시나 동화가 50년이나 묶여 후배들에게나 우리 어린이들에게 읽히지 못한 것은 큰 손실이었다.
특히 현덕의 동화나 소년소설을 읽으면 나 자신도 부끄러워진다. 현덕의 동화문학이야말로 우리 옛 어린이들의 노래, 이야기를 잘 이어받고 있기 때문이다. 따뜻한 우리들 아버지 어머니의 정서가 고스란히 녹아 있고 이웃과 주변 모든 풍경이 그지없이 정겹다.
그 동안 어떻게 보면 일본 식민지와 서양문화가 들어오면서 우리는 우리다운 동화나 동시보다 일본의 것과 서양의 것을 많이 배우고 따라 쓰고 있었던 게 아닐까.
우리 옛 노래 중 자장가 하나 여기 들어 보자.
쥐는쥐는 굼게지고 새는새는 남게자고 닭은닭은 홰에자고
납닥납닥 붕어새끼 방구틈에 잠을자고
미끌미끌 미꾸라지 진흙속에 잠을자고
우리같은 애기들은 엄마품에 잠을자지.
흔히 말하기를 옛날 우리 아이들은 어른들께 학대만 받고 사람다운 사람으로 키우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는다. 과연 그랬을까?
수많은 옛날 이야기나 어린이 노래 속에는 결코 아이들을 학대하거나 멸시했다는 느낌은 조금도 안 든다.
현덕의 동화문학을 따라 배우지 못한 것이 정말 안타깝다. 지금이라도 새로 문학을 공부할 사람들은 백석의 시와 현덕의 동화 속에 담긴 따뜻한 한국인의 정서를 배웠으면 한다.
우리 어린이들이 제대로 사람 대접을 받지 못했다는 말은 식민지 시대의 교육이 그랬듯이, 우리 스스로를 못난 백성으로 잘못 퍼트린 생각에서일 게다.
지금도 우리는 서양문화에 물들어 우리 스스로를 못났다고 하지 않은가?▣(《우리 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제 51호, 199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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