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도 행복한 시간이어야 한다 / 최보길 (산마을고등학교 교사)
‘경제적 효율성이 가치판단의 중심이 된 사회’, ‘상업적 소비 문화로의 접근성이 마을을 만드는 중요한 잣대가 된 사회’, ‘0교시부터 또 다시 시작되는 0시까지 불철주야 입시경쟁이 삶의 대부분인 학교’, ‘어른과 아이 또는 학생 사이에도 우열을 가려야만 하는 학교’.
이런 분위기의 신문기사나 뉴스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답답하고 착잡해진다. 마치 즐겁고 행복한 삶은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현실을 볼 때면 나는 그나마 마음 편한 동네에 살고 행복한 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작은 학교, 자연이 품은 학교, 평화로운 학교, 서로가 함께 자라는 학교를 추구한다. 직선보다는 우리의 감성을 각지지 않게 해줄 편안한 곡선을 가진 자연과 그에 거슬리지 않고 포근히 안겨있는 학교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것이 주는 평화로움이 내게 배는 듯한 마음에 자연이 위대한 스승임을 가만히 있어도 알게 된다.
학교는 사회로 가는 과정이다. 사회로 진출하기 전, 많은 것들을 배우고 익히는 곳이 학교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배움의 과정에 있는 고등학생은 어떤 고민을 하고 살까. 나는 잠깐 내가 만나는 학생들의 고민을 엿보았다.
이 곳의 학생들은 학생회를 중심으로 이런 고민을 한다. ‘외부유해음식(산마을에서는 보통 식품첨가제가 많이 들어간 라면이나 과자를 이같이 부른다)’으로부터 자유로운 건강한 삶을 위해 학생 스스로 이를 줄여나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학교가 더 즐거울까, 남학생들은 운동을 많이 하지만 여학생들은 어떻게 운동할 수 있을까, 개학식·입학식은 어떻게 꾸밀까, 5월에는 선생님들에게 어떤 상을 줄까(지난해 나는 학생들로부터 문어발상을 받았다. 문어발 상은 학생부장에게 주었던 상인데 학생자치문화를 위해 고생한다는 의미에서 받은 것 같다), 학생회 예산은 어떻게 합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등이다.
어떤 사람은 우리 학생들을 보고 무척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다. ‘도대체 대학은 어떻게 가려고 그러나’, ‘저렇게 살면 나중에 후회는 하지 않나’하는 표정이 엿보인다.
가끔 직설적으로 표현하시는 분들 때문에 아이들은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리고 잠시 흔들리기도 하지만 곧 자신들이 꾸려놓은 삶 속으로 다시 돌아온다.
그렇다고 학생들은 배움에 관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학교에서 공부해야 할 것이 대학을 가기 위한 공부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고등학생이 배워야 할 공부는 입시를 위한 것 말고도 여러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과 함께 호흡하는 것, 소외된 사람과 같은 입장이 되어 고민하는 것, 내 몸의 소중함을 아는 것, 지금 절박하게 필요한 평화를 염원하는 것, 감각적이고 단편적인 사랑이 아닌 한 인간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참사랑법’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고 싶어 한다.
또 어떤 학생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그 ‘어떠함’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면 배움의 과정으로 대학 진학을 고민한다.
요즘 도시의 고등학생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살까. 대학에 가는 것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점수 올리기, 그리고 돈을 많이 벌어 성공하는 것에 관한 고민들이라 한다. 또 일부이긴 하지만 학교의 두발과 복장에 대한 규제에 반발해 학생으로서의 목숨을 걸고 인권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으로 안다.
고등학교, 무엇인가를 준비하는 시간으로서만 규정할 것이 아니라 그 시간도 충분히 행복해야 할 시간이라는 것을 우리 스스로 인정하면 안될까. (2008. 4. 28일자 인천신문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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