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 이오덕
이즈러진 초가집 들이 깔려 있는 골짝이면
나뭇군의 슬픈 산타령이 울리는 고개이면
너는 어디든지 피었었다.
진달래야
너는 그리도 이 땅이 좋더냐
아무것도 남지 않은 헐벗은 강산이
그리도 좋더냐?
찬바람 불고 먼지 나는 산마다 골짝마다
왼통 붉게 꾸며 놓고
이른 봄 너는 누구를 기다리느냐?
밤이면 두견이 피울음만 들려 오고
낮이면 흰 옷 입은 사람들 무거운 짐 등에 지고
넘어 가고 넘어 오는 산고개마다
누굴 위해 그렇게도 붉게 타느냐?
아무리 기다려도 뿌연 하늘이요,
안개요, 바람소리뿐인데,
그래도 너는 해마다
보리고개 넘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갈 때
배가 고파 비탈길을 넘어질 뻔하면서
두 손으로 너를 마구 따먹는 게 좋았더냐?
진달래야
무더운 여름이 오기 전에 차라리 시들어지는
네 마음, 나같이 약하면서도
약하면서도……
---<소년세계>(1955년 3월호)
여기서는 김제곤, '동시 '진달래'를 읽고'(<세상에 맞서> 글과그림 2007)에서 인용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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