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덕 권정생 김수업 선생님

진달래 / 이오덕

야야선미 2011. 1. 26. 10:51

진달래 / 이오덕


이즈러진 초가집 들이 깔려 있는 골짝이면

나뭇군의 슬픈 산타령이 울리는 고개이면

너는 어디든지 피었었다.


진달래야

너는 그리도 이 땅이 좋더냐

아무것도 남지 않은 헐벗은 강산이

그리도 좋더냐?


찬바람 불고 먼지 나는 산마다 골짝마다

왼통 붉게 꾸며 놓고

이른 봄 너는 누구를 기다리느냐?


밤이면 두견이 피울음만 들려 오고

낮이면 흰 옷 입은 사람들 무거운 짐 등에 지고

넘어 가고 넘어 오는 산고개마다

누굴 위해 그렇게도 붉게 타느냐?

아무리 기다려도 뿌연 하늘이요,

안개요, 바람소리뿐인데,


그래도 너는 해마다

보리고개 넘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갈 때

배가 고파 비탈길을 넘어질 뻔하면서

두 손으로 너를 마구 따먹는 게 좋았더냐?


진달래야

무더운 여름이 오기 전에 차라리 시들어지는

네 마음, 나같이 약하면서도

약하면서도……


---<소년세계>(1955년 3월호)

여기서는 김제곤, '동시 '진달래'를 읽고'(<세상에 맞서> 글과그림 2007)에서 인용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