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들면서 고2가 된 영우는 바쁩니다.
0교시 수업에, 범같은 학주 눈에 안 띄려면 6시 20분쯤에 집에서 나갑니다.
야자를 마치고 집에 오면 10시가 훨 넘지요.
게다가 지지난주부터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이놈의 학원이 고 2반은 밤11시에 시작해서 12시 30분에 끝나네요.
집에 오면 늘어져서 씻고 자기 바쁩니다.
서인이. 어느날 저녁에 그래요.
"오빠가 내 얼굴을 알까?"
"오빠 학원에 안 갔으면 좋겠어."
오빠가 그렇게 새벽별 보기를 하니 이 오누이가 만날 수가 없었던기라요.
그래 오빠 보고싶단 말을 그렇게 하데요.
그러더니 드디어 지난 수요일이었어요.
그날은 혼자서 실무시 일어나 나오네요.
"어어, 서인이 벌써 일어났네. 오늘은 우예 이래 일찍 일났노?"
아침마다 잠이 모자라서 차안에서까지 자다가 영도, 학교에 내릴 때야 겨우 눈 비비고 일어나는 놈인데 말예요.
대답도 않고 지 오래비 밥 먹고 있는데로 가더니 뒤에서 꼭 끌어앉습니다.
한참을 암말도 않더니
"오빠야, 학원 안 가면 안돼?"
그 놈의 0교시와 야자가 없어지지 않는 한 일주일 내내 얼굴 보기가 어렵다는 걸 모르는 서인이.
그저 오빠가 학원만 안 가면 전에처럼 오빠 옆에서 조잘거리고 놀 수 있겠다 싶겠지요.
영우가 밥 숟갈을 놓고 돌아앉으며 안아주니
서인이 녀석 눈에 금방 눈물이 고입니다.
"나는 오빠하고 놀고 싶은데...."
무뚝뚝한 영우 녀석도 괜히 천장을 올려다보며 코를 흠흠거리더니
"으응 서인아, 오빠야 지금 가야되거덩. 일요일날 같이 놀자"
하고 가방들고 휜 나가버리고.
"에구 저것들이 생이별을 하고 사는구나'
싶으니 저까지도 눈물이 핑 도는 거예요.
아침부터 서인이 고것 때문에 식구들 눈이 빨개졌지 뭡니까.
그저께 일요일에는 온 식구가 마음껏 늦잠을 좀 자면서 쉬자고 맘 먹었어요.
그동안 좀 바빴어야지요.
겨울방학마치고 빠꼼한 토, 일요일이 없었거든요.
집들이다, 설이다, 어머님 제사다, 친정 엄마 생신이다 해서 주말마다 한거번도 거르지 않고 행사가 있었으니...
학교에서는 학교대로 학년말에, 학년초에 내리 두 달을 숨쉴 틈 없이 지내다 보니 온몸이 녹아내리는 거 같더라고요.
'우리 오늘은 게으름이라는 게으름은 다 피워보자.'하고 누워 있었는데
웬걸 7시가 조금 넘으니 서인이가 발딱 일어나더니 냅다 오빠방으로 갑니다.
밖에서 재잘거리고 노는 소리에 여덟시를 못 넘기고 나와 아침을 챙겨 먹는데
서인이가 그럽니다.
"아아, 난 일요일이 너무 좋다."
"......"
"오빠하고 많이 놀 수도 있고."
"그래 좋나?"
"예에. 엄마아아, 나는 일월 일화 일수 일목 일금 일토 그라면 좋겠어요. 그러면 오빠하고 많이많이 놀 수 있잖아요."
지 오빠한테 터억 기대서 그렇게 종알거리는 서인이를 보면서 참 한숨이 나오네요.
누가 저 아이들을 저래 애타게 만드는 건가요?
나?
우리?
'영우랑 서인이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영우, 수능 앞에서 얼다 (0) | 2003.10.31 |
---|---|
마음속에 살아있다는 것 (0) | 2003.10.17 |
서인이 편지 (소눈과 먼산에게) (0) | 2001.12.03 |
별들의 잔치 (0) | 2001.11.19 |
내 이런 아빠 많이 봤다이~~ (0) | 2001.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