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우랑 서인이랑

중학생이 된 서인이

야야선미 2008. 3. 25. 09:20

중학교 배정받고 예비모임에 갔다가 교복을 어떻게 하라는 알림장을 받아왔더라고.

대충 보니 그림도 그려놓고 색깔은 뭐라는 둥 적어놓았어.

그냥 교복사에 가면 학교마다 맞는 교복을 해 놨을 거고

거기서 저거 학교꺼 사면 되지 뭐 싶어서 그냥 대충 보았어.

그런데 저 밑으로 내려가니까

공동구매할 생각이 있으면 입학식 때 그냥 아무 옷이나 단정하게 입고 오면 된다는 거야.

그 문장이 확! 크게 보이면서 한동안 교복은 잊어버리고 있었어.

입학 날이 다 되어가는데 서인이가 저거 친구들은 교복을 다 맞추었다는 거야.

그래? 그래도 우리는 공동구매하면 안될까나?

서인이도 별로 안 보채고 그렇게 넘어가길래 또 사나흘이 지났어.

하루는 우리 동네에 사는 옛날 학부모를 만났어.

이번에 그집 딸래미가 중학교 졸업을 했거든.

같은 학교됐으면 교복을 물려줄 거라고 학교를 물어봐.

아쉽게도 다른 학교라서 그건 안되겠고, 우리는 공동구매로 사 줄거라 했더니,

말이 공동 구매지 입학해도 아마 공동구매 못할 거라는 거야.

대부분이 다 교복을 사 입고 오기 때문에 몇 명이서 어떻게 공동구매가 안된다는 거야.

하는 수 없이 입학식 전날 교복을 사러 갔어.

서인이는 나름대로 아이비는 뭐가 어떻고, 스마트는 라인이 좋고, 뭐라더라? 거기 옷은 천이 안좋고 지는 벌써 그런 말을 다 들어놨어.

지가 가자는 스마트 교복사에를 찾아갔어.

교복이 없대.

그러면서 지금은 어디를 가도 다 없을거래.

지금은 동네 교복 맞추는 데서 맞춰 주어야한다고.

맞추면 뭐어 그날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학교에 가면 무슨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냥 다음날 입학식을 갔어.

진짜로 서인이 저거반에 교복 안 입은 아이가 딱 둘이야.

그래도 서인이 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지 혼자면 마음이 더 떨릴낀데 그러고 뒤에 서서 입학식을 다 마쳤어.

칠판에 보니 담임 선생님이 입학식 마치고 아이들에게 안내해 줄 걸 열 서너가지나 적어놨어.

옛날에 내 생각이 나서 피식 웃음이 나더라.

나도 하도 잘 잊어먹어서 그렇게 주욱 적어놓고 하나씩 읊어주던 일이 떠올라.

첫번째 등교시간부터 이야기 하더니 '4. 교복 안내' 는 아이들을 휘이 둘러보더니

"교복은 모두 입었고" 그러고 뛰어넘어가는 거야.

나도 나지만 저럴 때 서인이 마음이 막 내려앉는 거 아닌가 싶어 쪼께이 마음이 쓰여.

서인이가 아주 태평스럽고 안달은 안하는 성격인 거이 조금 마음이 놓이긴 했지만.

안내를 마치고 모두 집에 돌아가는데, 교복 안 입은 딱 두 명이 담임 앞으로 나갔어.

그런데 서인이 말고 한 아이는 그날로 바로 전학을 간대. 그래서 교복을 안 샀던 거지.

서인이 혼자 달랑 남았으니 공동구매 말은 꺼낼 필요도 없고,

새로 맞추면 며칠 걸리니까 그때까지는 그냥 입던 옷 입혀보내겠다고 했어.

그 담임이 그래.

"아나바다 교실에 가면 물려준 교복들이 좀 있으니까 거기서 골라서 사면 됩니다."

반갑기도 했지만, 그래도 서인이 얼굴을 한번 살폈어.

글마가 우얄란가 몰라서. 저거 선생님이 또 그래.

"옷을 잘 고르면 새 것 같은 것도 많은데. 안 맞추고 그냥 입어도 될건데.."

서인이를 돌아보면서 또 그런다.

"오늘은 얘 전학 서류부터 해 줘야겠고, 내일 내하고 같이 가서 찾아보자. 내일만 그냥 입던 옷 입고 온나."

서인이도 시원하게 "예" 하데.

다음날 저거 아버지한테서 교복 값 만원쯤하겠지 하고 만원을 받아서 학교 갔어.

나는 그래도 마음이 짠해서

"그 옷 우선 좀 입다가 영 낡았으면 새 옷 맞추자. 너무 속상하게 생각하지 마래이."

그렇게 다독거려서 보냈어.

오후에,

"우리 선생님이 억수로 잘 골라주는 거 있지요. 아줌마 선생님이라서 그런지 꼭 엄마하고 똑같더라.

입어보고 벗어보고 또 다른 거 입어보고 억수로 매매 골랐다."

옷을 한 가방 챙겨왔어.

웃저고리, 치마, 브라우스 두 장, 조끼 두 장, 넥타이.

그렇게 사천원 줬다고 잔돈 육천원까지 잘 챙겨왔어.

새옷 아니라고 투덜대지도 않고, 입이 쑤욱 나와 있지도 않고

옷 억수로 싸다고, 사천원에 옷이 여섯개나 된다고 종알거리는 서인이가 참 고맙더라고.

매매 야무지게 잘 골라서 보내준 저거 담임도 참 고맙더라.

아이 마음 안 다치게, 아주 아무렇지도 않게 헌 교복을 챙겨주는 그 마음자리도 참 고맙고.

헌 교복을 입어보고

거울 앞에서, 저거 아버지 앞에서 폼을 잡고 모델처럼 엉덩이를 삐죽거리고 걸어도 보고,

그러다가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빼더마는 "아싸!" 하는 거라.

호주머니에 꼬깃꼬깃하이 접힌 천원짜리 한 장이 들었는 거라.

우리도 '재수!" 하고 넘어갔어.

그런데 그 다음날에 저거 쌤한테 천원을 갖다 줬더래.

저거 쌤도 천원을 안 받고,

"그거 누구건지 알 수도 없고, 또 알아도 천원 있다고 학교와서 찾아가라고 하면 차비가 더 들끼고.

고마 니 해라. 그 언니가 자기 교복 물려받아입는 동생한테 천원 더 얹어서 주는 거라고 생각해라 고마.

니가 시원시원해서 주는 선물이다."

그 말에 한층 기분이 좋아져서 집에 와서는 몇번이나 그래.

"아싸! 교복 여섯개에 삼천원~!"

서인이 중학교 생활이 재미있을 거 안 겉나?

서인이의 재미있는 중학교 생활은 그때부터 주욱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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