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깊게 하는 동화들 / 권정생
우리가 어린 시절엔 책읽기가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책이 아주 귀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어린 시절 읽은 책이 어떤 것이었나 기억하기도 어렵습니다. 초등학교 6년 동안 책 한 권 가져보지 못한 아이들이 나뿐만도 아닐 것입니다.
일본 도쿄에 있을 때 어깨 너머로 읽었던 책은 역시 백설공주나 안데르센 동화 같은 것이었지요. 일본 아이들도 자기네 동화보다 이런 외국 동화를 더 많이 읽고 있었나 봅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맨 처음 읽은 동화는 이솝의 〈토끼의 재판〉이라는 짧은 이야기로 기억됩니다. 거리 청소부였던 아버지가 거리에서 거둬온 헌 책들을 재활용품 상인에게 팔기 위해 쌓아두는데, 그 속에 아이들이 읽는 책도 섞여 있었지요. 물론 겉장이 찢겨 나가고 가운데 일부만 남은 것을 읽다보니 전체 줄거리를 다 알 수 없기도 했지요.
어린이들은 깨끗한 자연환경 속에서 마음껏 뛰어 놀면서 자라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지만, 틈틈이 좋은 책을 열심히 읽는 것도 먼 훗날 오랜 인생에 큰 도움이 되니까 힘 닿는 데까지 좋은 책을 찾아 읽어야지요.
이번 여름방학 동안 이 이솝의 〈토끼의 재판〉도 읽어보고 다른 좋은 책들을 읽어 보세요. 사람이 먹는 거야 밥과 김치만 먹어도 되고 옷도 기워 입어도 춥지 않으면 되지 않겠어요. 대신 생각이 깊은 사람, 욕심이 없는 사람, 이런 아름다운 사람들로 세상이 가득 차면 그게 살기 좋은 세상이 되는 거니까요.▣(이 글은 《동화읽는어른》1999년 7.8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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