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엄용수 시장님, 그렇게 외치던 “오직 밀양”을 버리십니까?

야야선미 2010. 11. 2. 12:51

엄용수 시장님, 그렇게 외치던 “오직 밀양”을 버리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저는 밀양에서 태어나 밀양에서 자라서 지금은 부산에 살고 있는 박선미입니다.
고향 밀양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누구에게나 “내 고향 밀양”을 자랑하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지요.
그리고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고,
온 식구가 몸 누일만한 새 보금자리를 찾아 밀양의 여기저기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느끼고 깨닫는 것은 “역시, 우리 고향 밀양”이라는 것입니다.
청정 밀양, 따뜻한 밀양 사람, 든든한 밀양 시정!

그리고 한 가지 더, 고향을 오가면서 뿌듯한 자부심이 생겼습니다.
바로 “괴물한전”에 맞서 버티는 자랑스런 고향, 밀양의 모습이었습니다.
이 땅에 뿌리박고 사는 주민의 삶을 잡아먹는 거대한 한전,
주민의 목숨은 아랑곳하지 않는 한전의 무지막지한 사업방식에 맞서고,
더 이상 송전탑 때문에 생기는 자연파괴를 막아내고자 버티는,
고향의 어르신들이었습니다.
그 분들이 새로운 역사를 열어가고 있었습니다.

한전의 밀어붙이기에 맞서 싸우고 있는 전국의 눈이
우리 밀양을 깊은 관심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괴물한전’은 이제 우리 밀양의 저항에 부딪혀,
그리고 무엇보다 대안을 가지고 맞서는 밀양을 이기지 못해
<갈등조정위원회>를 거쳐 <제도개선위원회>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이것 또한 밀양의 힘이요, 밀양의 승리이며, 자랑스런 고향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저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실을 듣고 경악했습니다.
맨몸으로 거대한 한전에 맞서 싸우는,
사람과 자연을 죽이는 송전탑을 온몸으로 막고 있는 저 주민들을 저버리셨다니요.
“오직 밀양”을 외치던 바로 그 시장님, 엄용수 시장님이 말입니다.
주민들을 이해시키려는 노력도 없이, 사전에 의논 한 마디 않고
‘토지수용열람공고’를 해 버렸다니요.
주민들에게 “나를 설득시키려 하지 하세요!” 하셨다니요.

엄용수 시장님, 그 분들이 누구입니까?
시장님을 민선 시장으로 있게 해 준 이 땅 밀양의 주인들입니다.
비록 가진 것 없는 농촌 사람, 농사 밖에 지을 줄 모르는 가난한 사람
그러나 밀양에서 태어나 평생 동안 이 땅에서 농사짓고,
이 땅 밀양을 지켜온 그야말로 “오직 밀양 사람”들입니다.
그 주인들을 버리고 한전의 협박이 무서워서
‘토지수용열람공고’를 해 버리셨단 말입니까?
시장님이 말하는 이 땅의 주인은 선거운동 때만 하시던 말씀인가요?
“오직 밀양”은 선거판에서만 외치던 구호였던가요?

직무유기란 협박에 떨면서 시장님이 해 버린 그 열람공고는,
'하늘이 내린 축복의 땅 밀양'을
이제 사람도 마음 놓고 살지 못하고 이 땅에 함께 살아온 뭇 생명들을 앗아가는
“죽음의 땅”으로 만들어 버릴 것입니다.
'초고압 철탑‘ 이 빼곡히 둘러싸인 땅을
축복의 땅이라고, 사람살기 좋은 “미르피아” 라고 찾아 들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오직 밀양 시장” 엄용수 시장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토지수용열람공고를 취소하셔서, 거대자본 한전에 맞서서
청정 밀양, 축복의 땅 밀양을 지켜내셨다는 새로운 업적을 남기실 때입니다.
그리하여 우리 주민들의 “오직 밀양 시장” 엄용수 시장님이 되시길 빕니다.
도시로 떠난 사람들이 돌아오게 만드는 자랑스런 밀양 시장님이 되시길 바랍니다.
“나는 어떤 어려운 일이 있어도 끝까지 주민 편에 서 있겠다!”는
든든한 시장님이 되어 주십시오.
‘직무유기 판결 받으면 받았지, 내 손으로 주민 땅덩어리 열어줄 수는 없다’고 버티는
진정한 우리의 시장님이 되어주십시오.

엄용수 시장님!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시장님은 더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송전 과정에서 손실되는 전력 손실을 막아 연간 1조 2천억 원을 절약할 수 있는 대안!
환경 파괴를 막고 전자파 위험도 없는,
말 그대로 ‘꿈의 전선’인 초전도케이블이 개발되어 상용화 단계에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9월에는 미국 초전도사업에 한전이,
바로 그 한전이 ‘초전도케이블’ 공급자로 선정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대안이 있는데도 한전은 그런 사실을 숨기고 막무가내식 사업을 하려고 합니다.

“오직 밀양”을 외치던 엄용수 시장님!
토지수용을 허락하는 열람공고를 어서 빨리 취소해주십시오.
갑자기 불어 닥친 추위에 허리 한번 펴지 못하고 가을걷이를 해야 하는 저 어르신들,
죽음의 송전탑에 대한 두려움일랑 잊고
오직 가을걷이에만 힘 쓸 수 있도록,
마음 놓고 농사일 좀 할 수 있도록,
“미르피아” 밀양을 지킬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토지수용을 허락하는 열람공고를 어서 빨리 취소하는 길만이 그 길입니다. (2010년 11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