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야기

밀양을 버린 엄용수 시장님께 / 소눈

야야선미 2010. 11. 2. 12:54

밀양을 버린 엄용수 시장님께

 

엄용수 시장님은 지난 월요일(10.25)에 765kV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사업에 편입되는 토지수용재결신청에 따른 열람을 공고하셨습니다. 이 일은 밀양 시민 전체가 놀랄 일이지만, 해당 다섯 개 면지역 주민들에게는 그야말로 날벼락같은 소식이었습니다.

지난 2005년 한전이 형식적인 주민설명회를 시작한 뒤부터 지금까지 주민들은 한전의 온갖 거짓말과 협박, 회유 따위 그들의 사업 시행방식에 맨몸으로 맞서 버텨왔습니다. 하늘이 도운 덕분에 때맞춰 ‘초전도케이블’이라는 녹색기술이 개발되어 예상했던 것보다 빨리 상용화 된다고 합니다.

얼마 전 9월에 한전이 미국 초전도사업에 ‘초전도케이블’ 공급자로 선정된 사실은 시장님도 알고 계실 것입니다. 송전 과정에서 손실되는 전력 손실도 막아주고(연간 1조 2천억원 절약), 송전탑을 세우지 않아도 되니 환경 파괴가 없어지고, 전자파 위험도 사라지는, 말 그대로 ‘꿈의 전선’인 초전도케이블이 원가가 벌써 절반이나 줄어 생산된다고 합니다.

이제 높이 1백미터나 되는 철탑 대신 이 초전도케이블로 전기를 보내야한다는 것은 세 살 먹은 어린 아이도 알 수 있는 사실인데, 이런 중요한 시점에 ‘오직 밀양’이라는 구호를 외치던 엄용수 밀양 시장님이 다섯 개 면 산하와 거기 깃들어 사는 주민들을 한방에 죽음으로 몰아내고 말았습니다.

저는 아직도 이 사실이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시장님한테 한전을 막아달라고 한 적도 없고, 송전탑이 못 들어오게 해달라고 한 적도 없습니다. 그런 일은 모두 주민들이 목숨 걸고 할테니 제발 ‘토지수용열람공고’만 하지말아달라고 그토록 매달렸는데, 사전에 의논 한 마디 없이, 주민들을 이해시키려는 노력 따위 털끝만큼도 없이, 덜컥 공고를 하고 말았습니다. 왜 열람공고를 하면 안 되는지 설명하려는 주민대표들에게 시장님은 “나를 설득시키려 하지 하세요!” 이러셨다지요.
주민들에게는 귀 막아놓고, 한전 말만 듣는 시장님이 열람공고 뒤 주민들에게 한 말은 단 한마디, “나는 법대로 했습니다.”

법은 시장님만 알고 있는 게 아닙니다. 아직 법원이 한전 고소에 대해 판결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판결이 나올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법대로'라고요?
또, 만에 하나, 시장님 말대로 법대로 했다고 합시다.
주민들이 뽑아준 민선 시장이, 가진 것 없는 농촌 사람들 위해, 농사 밖에 지을 줄 모르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그들의 목숨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나는 법을 어기는 한이 있어도 끝까지 주민 편에 서 있겠다!”고 할 수는 없는 겁니까? ‘직무유기 판결 받으면 받았지, 내 손으로 주민 땅덩어리 열어줄 수는 없다’고 버텨줄 수는 정녕 없는 겁니까? 단장면, 산외면, 상동면, 부북면, 청도면, 이 다섯 개 면이 송접탑으로 죽고 나도 우리 밀양이 '하늘이 내린 축복의 땅'으로, '미르피아'로 남을 수 있을까요? 시장님의 열람공고 덕분에 우리 밀양은 '하늘이 내린 축복의 땅'에서 '초고압 철탑이 빼곡히 둘러싼 죽음의 땅'이 되고 말것입니다. 또한 이것은 밀양 역사에 엄용수 시장님의 업적으로 길이길이 남을 것입니다.


한전이라는 거대한 자본괴물에 맞서 이만큼 버텨온 곳이 밀양 말고 또 있던가요? 지금 전국이 밀양을 주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갈등조정위원회>를 거쳐 <제도개선위원회>로 나아가려 하고, 한전이 철저히 비밀로 하고 있는 ‘초전도케이블’도 서서히 공론화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40년 넘게 주민 희생을 밟고 성장해온 한전의 무지막지한 사업방식을 깨뜨리고, 이 땅에 더이상 송전탑 때문에 생기는 자연파괴를 막아내는 새로운 역사를 밀양이 써가고 있는 것입니다. 설마, 촌구석에 박혀 사는 저같은 시골사람도 아는 이런 사실을, 시장님이 모르실리는 없을 테니,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토지수용을 허락하는 열람공고를 어서 빨리 취소해주십시오.

찬바람이 부는 요며칠, 촌사람들은 논에서 밭에서 먼지 뒤집어쓰며 나락과 콩, 들깨를 거두면서도 눈과 귀는 모두 시장님에게 향해 있습니다. 제발 이들에게 목숨 살려주는 희망의 소식을 들려주십시오.

하루라도 빨리 취소해 주시기를 간절하게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