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그러나 스스로 훌륭히 자라는 아이들
<내 마음이 평화로우면>
높은 학년을 만났을 때, 학급회의에서 저희들이 지킬 규칙을 정한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정했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힘든 벌도 서너 가지 있었습니다. 과연 잘 지켜질까 싶었지만 저희들이 정한 것들이니 한 달은 두고 보자고 있었습니다. 벽에다 생활규칙과 벌칙까지 써 붙여놓고 지냈지만 쪼르르 달려와서 일러주는 일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벌칙을 해야 하는데 안 한다고 일러주는 일까지 보태져서 더 짜증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일이 바빠 여유가 없을 때는 들으면 곧바로 처방을 내렸지요. 정해진 대로 해야지. 저희들이 정한 것이니 군말 않고 벌칙을 하긴 했지만 일러바치는 일은 점점 더 늘어났습니다. 저희들끼리 마음 상하는 일이 생겨도 곧바로 욕이 튀어나오고 주먹이 날아들었습니다. “한 숨 돌리고!” 그 때 우리 반에서 처음 하게 된 말입니다. 제발 숨 한번 돌리고 그동안만이라도 참아보자고.
내가 여유롭게 아이들을 대하고 들어주고 기다려주고 참아줄 때 아이들도 그렇게 닮아간다는 걸 뼛속 깊이 깨닫게 해 준 일이었습니다. 내가 웬만한 일이면 다 웃으면서 받아주고, 공부하다가도 우스개를 할 줄 알면 아이들도 점점 재미있는 우스개를 하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내 마음에 평화를 잃지 말자, 힘들겠지만 그렇게 되도록 내 마음을 닦자. 아이들이 내게 준 정말 소중한 깨달음입니다.
“벌은 아이들을 달라지게 하지 못한다.”
“내 마음이 평화로운 천국이어야 아이들이 사는 교실에도 평화가 깃든다.”
그저께부터 아이들이 한 둘씩 나와서 자꾸 쭈삣거리다 들어가는 거야. 혼자 나왔다가 들어가기도 하고, 둘이 나와 얼쩡거리기도 하고. 뭔 할 말이 있나 싶어 말을 걸라하면 스윽 들어가 버려.
어제는 보통 때 참 말이 없는 주연이가 나와서 어른어른 거리는 거야. 모처럼 뭔 말을 하려고 나왔나 싶어 읽던 책을 덮고 주연이를 봤어. 눈을 맞추려고. 그런데 주연이는 눈이 마주치자마자 부끄러운 듯 화다닥 들어가 버리는 거야. 큰 맘 먹고 나왔을 텐데 그렇게 들어가게 해서 맘에 좀 걸리더라고. 좀 있으니 다른 아이들이 두엇 나와서 얼찐거리데.
하아 참! 요즘 우리 반 분위기 좋은데……. 뭔 큰 일이 생긴 것 같진 않고. 방학 마치고 사나흘 밖에 안 됐는데 뭔 일이 생길 틈도 없었지 뭐. 그럼 한 달 넘게 내를 못 보다가 방학 마치고 만나니 반가워서 뭔 말이라도 걸고 싶은가?
그렇지만 이 아아들이 그 말 하러 나왔다가 바쁜 듯이 들어가 버릴 아이들이 아닌데. 오늘은 지희랑 바다가 왔다가 들어가. 좀 있으니 다영이랑 경은이 주희가 나와서 꾸물거리더니 히히힛 웃으면서 뛰어 들어갔어. 또 바다가 나오더니 선지랑 수진이도 나오고 좀 있으니 채연이까지 나와서 얄랑얄랑 거리다가 슬그머니 들어가.
뭔가 내 모르는 일이 있구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이번에는 하던 일을 멈추지 않고 눈만 살째기 치켜들고 몰래 봤지. 야아들이 눈만 마주치면 도망치듯 들어가 버리니까.
주희하고 유진이, 지희가 나오더니 두 손을 들고 머리 위에서 까불까불 흔들더니 활짝 활개를 펴고 나풀나풀 나비처럼 흔들어. 그러다가 후다닥 빨리 들어가. 눈으로 몰래 따라가 봤지. 뒤에 서있던 아이들이 여기저기 손을 내밀어. 달려 들어간 세 아이들이 그 아이들 몇몇한테 손바닥을 쳐. 이번에는 뒤에 섰던 아이들이 조용히 그러나 빨리 나와. 또 천정을 보고 소리 없이 손짓 몸짓 춤추듯 나풀거리더니 들어가. 또 다른 아이들이 나오고. 참을 수가 있어야지.
“너거 뭐하는데?”
“에이이이 끝났다.”
“뭐가?”
“그런 게 있어요.”
너무너무 궁금하잖아? 반 협박을 했지.
“야아, 너거들. 내 앞에서 그래 정신없이 왔다갔다 해서 일도 못하게 해놓고 말도 안 해 줄거가? 교실에서 설친 사람들 모두 혼 좀 나보까?”
“그래도 안 시끄럽게 했잖아요.”
“아아, 그러니까 뭔데?”
“텔레비전 놀이요.”
“에잉?”
알고 보니 아이들이 천정에 붙은 텔레비전을 보고 그렇게 놀았던 거라. 밖에는 너무 덥고, 교실에는 시원하긴 한데 책이나 보고 가만 앉아 있을라니까 온몸이 수시고. 우짜다가 텔레비전을 봤는데 저거들 꼬물거리는 모습이 비치더라나. 소리 없이 나와서 마임을 하고 들어가면서 손바닥을 쳐주면 그 사람이 나오고. 소리는 내면 절대로 안 되고, 선생님이 모르게 하기. 그게 저거들 놀이 규칙이었다나?
“야아, 나는 너거들이 내 만나서 반갑고 좋다고 나온 줄 알았지. 말 걸라하다가 쑥스러워서 그냥 들어가는 줄 알았다고.”
“쌤, 그럴 일은 절대로 없을 거거든요!”
치이, 내 좋다고 말 좀 해주면 어데 부시럼이라도 나는강?
(2010년 8월 마지막날. 아침에 잠깐 비 내리더니 살짝 젖은 땅바닥에서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것 같아.)
짜아슥들이 말이야. 시간 안에 하는 기 없어.
노는 종만 치면 나가기 바쁘고
잠깐 한 눈 팔면 다 한 척 내빼고
재미있는 미술시간이라고
암만 재미있게 하라고 했지만
버릇되면 안 되지.
이거는 뭘 보여주고 싶은데?
너무 대충 했는데, 좀더
색종이 준 거 다 어짜고 이거만 달랑 붙여왔노?
니가 나타낼라는 걸 보여줘.
더!
좀더!
유진이가 빤히 올려다 본다.
"오늘부터 독한 맘 먹었어요?"
뭐? 와하하하 그래 독한 맘 좀 먹었다.
"아, 독한 거는 싫은데"
2010년 9월 27일, 두어 시간도 못 가고
독한 맘 도로 버린다.
그래 뭐, 나도 실실 살면서 (2010. 9. 27. 4학년 아이들과 함께)
“선생님, 주연이가요, 문방구에서 인형 뺏어왔어요.”
다른 아이들이 잘못한 걸 절대로 보아 넘기지 못하는 준석이다.
“그거요오, 둘리 문구에서 뺏어왔어요.”
준석이 말에 여기저기서 다른 아이들도 들고 일어난다. 아이들 말을 들으면서 주연이를 본다. 눈은 이미 젖어 있다. ……
“뺏어왔다고? 둘리 문구 아주머니한테서? 주연이가 힘이 더 약할 텐데 어떻게 뺏어왔다고?”
아이들 말을 못 알아들은 건 아니지만 ‘뺏어왔다’는 말뜻을 트집삼아 흥분해서 방방 뜬 아이들에게 시간을 좀 줄 생각이다. 이미 아이들 모두가 알고 이토록 흥분해 있으니 숨기고 가릴 것은 아니지 싶다. 그냥 조금만 생각할 시간을 주고 싶다.
“저어 아줌마한테 뺏은 건 아니고요오, 주연이가 돈도 안 주고 가져왔어요.”
“맞아요, 훔쳐왔대요.”
“몰래 가져왔거든요?”
이럴 때 보면 아이들이 좀 얄미워지려고 한다. 좀 조용히, 모르는 아이들은 모르게, 아는 녀석들은 잘못한 아이에게 시간을 좀 주지. 그러고 나하고 이야기 하면서 스스로 잘못을 깨달을 때까지 기다려주면 좋으련만. ……
가장 흥분한 준석이에게 묻는다.
“준석아, 주연이가 아주머니 몰래 가져왔다고? 그럼 그때 준석이는 옆에서 보고만 있었어?”
“아니요오, 그 때 옆에서 본 거는 아니고요오오, 아이들이 그랬어요.”
흥분해서 큰소리치던 준석이 말에 힘이 빠졌다.
“그럼, 준석이가 본 게 아니네?”
“네에.”
“그럼, 누구에게 들었다고 말해야지. 바로 옆에서 본 사람이 얘기해 보세요.”
잠잠하다. 조금 전까지 시끌시끌하던 교실이 바로 조용해졌다.
“그럼, 모두다 누구에게 들었단 말이예요?”
“네에.”
“이상하네, 자기 눈으로 본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이 말은 누가 시작했을까?”
“주연이는 전에도 화은이 예쁜 방울 훔쳤거든요.”
“그건 오래된 일이고, 그것 말고 오늘 일 말이야. 오늘은 그걸 훔친 것 본 사람이 없네?”
아이들은 ‘니가 아까 말했다 아이가.’ ‘아이다, 나도 아까 누가 말해서 그랬다.’하고 다시 술렁댄다.
“처음에요오, 준원이가 그랬어요. 주연이가 저 인형 뺏어왔다고요.”
“그래? 그럼 준원이는 왜 그런 말 했지? 준원이가 그 옆에서 봤어?”
그때까지 아무 말도 못하고 내 입만 보고 있던 주연이가 울음을 터뜨린다.
“준원이가 인형 사 준다고 했단 말이예요.”
“그래? 준원이가 인형을 사 준다고 했다고? 그럼 주연이가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동무들한테 들리게 한번 말해 줘.”
힘겹게 입을 뗐겠지만, 운다고 제대로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주연이에게 말할 시간을 주어야겠다 싶다.
“내가요오오, 인형 예쁘다고 하니까 준원이가 한 개 사준다고 내 해라 했단 말이예요.”
“그래? 준원이가 사 준다 해서 가져왔다고? 그럼 준원이가 사 준거구나.”
“준원이가 돈 안 줬거든요?”
준석이가 끼어든다.
“준원이, 어떻게 된 거고? 사 준다고 했다며?”
“주연이가 인형 너무 예쁘다고 하고 싶다했어요.”
“그래서 사 줬어?”
“돈이 없어서요오, 돈을 못 줬어요.”
“주연이는 준원이가 사 준다고 하니까 가져왔고, 준원이는 사주려고 했는데 돈이 없어서 돈을 못 주고. 그래 됐단 말이지?”
“예에에에에.”
주연이는 서럽게 흐느끼기 시작한다. 아직 안 풀린 게 있지만 모두 앞에서 하는 이야기는 여기서 끝을 맺어야할 것 같다. 시간은 이미 첫 시간이 끝나가고 있다. 일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너무 오래 끌었지 싶다.
“주연이가 교실에 와서야 준원이가 돈을 안 준 걸 알았겠네? 준원이가 돈 주는 걸 보고 인형을 가져와야하는데 그냥 가져온 건 주연이가 잘못 한 것 같다. 나중에 둘리 문구점에 사과하고 돌려드려야겠다. 그리고 준원이도 돈이 있는지 없는지 생각도 안하고 사준다고 약속하는 건 조심해야겠는데.”
“그리고 주연이, 인형은 때 묻으면 다른 사람한테 못 파니까 여기 가지고 온나. 여기 뒀다가 나중에 사과하고 갖다 드리자.”
“준석이가 가져갔어요.”
“왜 준석이가 가지고 있노?”
“나중에 둘리문구 아줌마한테 갖다 줄려고요.”
“그거는 주연이가 가져다 드려야지, 여기 뒀다가 주연이가 가져다 드리게 이리 갖고 온나.”
“안돼요. 주연이가 안 가져다 줄 걸요.”
그런데 참 모를 일이다. 주연이한테 그렇게 참고 참으면서 기다렸는데, 이 순간 준석이한테는 발칵 화가 난다.
“준석이, 그거는 니가 나설 일이 아이고, 주연이한테 하게 해야지. 가져다 드릴지 안 드릴지 니가 우예 아노?”
버럭 화를 내자 준석이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마지못해 인형을 가지고 나온다. 제 딴에는 잘못 한 걸 바로잡아야한다는 뜻 일 텐데 어린 마음을 못 헤아려주고 발칵 화부터 낸 것이 미안하다. 그런데 미안하다는 말도 하기 전에 인형을 책상 위에 놓으면서 또 그런다.
“집에 갈 때 내가 같이 가서 볼게요, 주는지 안 주는지.”
아이고오, <깊은 대화>가 필요한 건 준석이도 마찬가지구나 싶다.
책상 위에 올려놓은 인형을 보니 예쁘긴 예쁘다. 손전화나 가방 끝에 달랑달랑 달고 다니기 좋게 만든 조그만 인형이다.
“여기 뒀다가 나중에 집에 갈 때 주연이가 갖다 드리는 거다”
준원이도 주연이도 “네에.” 하는데, 다른 아이들은 주연이에 대해 마음이 풀린 건지, 아닌지 모르겠다. 쉬는 시간 종이 울리기 무섭게 아이들은 엉덩이부터 들고 일어난다. 어느새 주연이 일은 뒷전이다.
셋째 시간 마치고 쉬는 시간에 주연이를 데리고 보건실로 갔다. 참 상담할만한 자리가 없다.
“주연아, 아까 인형 그거 말이야.”
인형 이야기가 나오자 주연이는 고개부터 떨군다.
“준원이가 사 준다고 했다면서?”
“예에.”
“그런데 준원이가 돈 없어서 아주머니한테 못 드렸다면서?”
“그래도 너무 하고 싶어서……”
“아주머니는 그걸 팔아서 돈을 벌어야 아이들 학원비도 주고 필요한 것도 사주고 그러는데. 그냥 가지고 오면 아주머니는 어떡하지?”
“안 그럴께요. 아까아까부터 잘못했다고 생각했어요.”
눈을 질끈 감는데 어디서 그런 굵은 눈물방울이 숨어있었을까 싶다.
“그래, 주연이가 아까아까부터 잘못했다고 생각했으니까 오늘은 주연이가 아주머니께 가서 사과를 해야겠다.”
“네에에. 그런데요오오, 선생님도 같이 가면 안돼요?”
함께 가 주기로 하고 교실로 올라왔다. 아이는 역시 아이다. 금세 그 일은 잊고 다섯째 시간 공부를 아주 신나게 한다.
집에 갈 시간. 준석이가 또 속을 뒤집어 놓는다. 가방을 챙기고 집에 갈 준비를 하느라 분주한데 준석이가 나오더니 책상위에 놓인 인형을 들고 간다.
“그거 니가 와 가져 가노?”
“주연이가 안 갖다 줄 거 같아서요. 제가 주연이 데리고 가서 사과하고 주라고 할라고요.”
또 내 목소리에 날이 설려고 한다. 꾸욱 누르고
“준석아, 그거는 주연이가 할 일이거든. 주연이 스스로 하게 맡겨주는 거야.”
“안할걸요.”
“할 거라니깐. 나는 주연이를 믿어.”
일부러 ‘믿어’에 힘을 주어 말하고, 끝까지 곱게 내려놓질 않는 걸 눈을 부라려서 돌려보냈다. 주연이랑 아이들하고 교문을 나섰다. 길 건너는 아이, 학원차 타는 아이 모두 보내고 둘리 문구점엘 들렀다. 준석이도 바로 집엘 가지 않고 끝가지 다라 온다. 겁을 먹은 주연이는 내가 뒤따라오는지 돌아다보며 문구점을 들어선다.
그런데 놀랍다. 주연이는 어물쩡거리기만 하고 그냥 서 있을 줄 알았다. 그러면 내가 나서서 얘길 해줘야하나 잠깐 그런 고민까지 했는데. 주연이는 비록 조그만 소리지만 제 입으로 천천히 말했다. 정말 하고 싶어서 그냥 가져갔다고. 용서해 주세요 하고. 주연이 손에 들린 인형만 보고도 아주머니는 그 다음 말은 들을려고 하지도 않는다.
“아이고오, 오늘 아침에 두 개가 없어졌더마는 갖고 왔네.”
“예에. 다음에 돈 가지고 와서 꼭 사갈게요.”
아주머니는 주연이에게는 더 말을 하지도 들을려고도 하지 않고 나한테만 뭐라뭐라 하소연을 해댄다. 물건이 어찌나 자주 없어지는지 머리가 아프다며.
내가 주연이 말에 덧붙여서 미안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허리를 굽히고 또 굽히고 사과를 하는데 주연이가 내 손을 꼭 잡는다. 나도 주연이 손을 꼭 잡았다. 주연이가 또 꼬옥 힘을 준다. 손에 땀이 났는지 미끌거린다.
“주연아, 가지고 싶은 게 있을 때는 돈을 주고 사는 거야.”
“예에.”
“엄마가 주는 용돈을 딱 모아두었다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사면 기분이 얼마나 좋다고. 그러니까 용돈이 생기면 잘 모아둬.”
“예에.”
몇 번씩 돌아보면서 주연이는 집으로 돌아갔다. 이제 더는 그런 일이 없을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힘을 주어 꼭 쥐던 주연이 손에서 그렇게 믿음이 생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2007. 1학년 아이들과 함께)
아까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들어오다가 서로 부딪혔어. 홀짝거리고 있는 걸 달래주는데
한 아이는 금방 그치는데 한 녀석이 자꾸 울어.
공부 시작을 못하겠잖아. 진땀 흘리면서 달래는데 저거 짝지 민석이가 오더마는
“니가 자꾸 울면 주은이가 미안해한다 아이가. 인자 고만 울어라.”
울던 녀석이 아까 지하고 부딪혔던 주은이를 힐끗 봐.
주은이가 미안한 기색으로 지를 보고 있거든.
울던 녀석이 얼굴을 쓱슥 문지르면서 코를 훌쩍 빨아댕기더마는 울음을 그쳤어.
민석이 한 마디가 울음을 뚝 그치게 해 줬어.
아~ 야아들아 사랑한대이. (2007. 1학년 아이들과 함께)
아이들과 오랫동안 함께 했던 것 같은데 돌아보니 가슴 꽉 차게 흐뭇한 건 하나도 없습니다. 손가락 사이로 모래 흐르듯 다 흘러버리고 그저 흙 묻은 빈 손만 남습니다. 부끄럽고 민망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글쓰기 를 만나 함께 걸었던 이 길은 걸을만 했습니다.
스무 해 넘게 비틀거리는 나를 버티게 해 준 동무들, 바로 우리 아이들! 길고 힘든 길을 함께 해준 길동무들이 있었기 때문이란 걸 압니다. 모자라고 서툴지만 어루만져주고 다독여 주며 함께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해준 고마운 동지들이지요. 글쓰기를 함께 하고 삶을 나누고 온몸과 온마음으로 부대끼고 드러내면서 지금까지 함께 걸어온 장한 동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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