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편

빈 집 / 황지우

야야선미 2011. 8. 31. 10:26

 빈 집 / 황지우


서까래는 찢어진 모자 채양처럼 내려와 있고
뜯긴 문풍지 바람에 온 집이 부르르 떨고 있다

여기, 난폭한 삶이 지나갔다
그러고 보면 집이란 사람 훈김으로 서 있는 것

박살난 장독대, 금간 시멘트 바닥에
고추 한그루 올라와 붉은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나가서 더 망하면
다시 돌아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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