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편

탁동철반 아이들 시 - 5.8에 쓴 시 (동시마중카페에서)

야야선미 2012. 5. 11. 16:49

 

화요일마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차를 마셔요. 차 종류는 그때마다 바뀌는데 쌍화차나 녹차, 생강차는 신청자가 별로 없어요. 코코아나 율무차는 거의 다 마시고. 차를 마시니까 분위기가 차분하고 따뜻할 것으로 예상하시겠지만, 그 반대입니다. 맛없다고 원망하고, 선생님이나 마시라 하고, 물도 쏟고. 아이고 어수선해라. 차 마시는 값으로 시를 한편씩 내놓으라해서, 아침에 차값으로 받은 시에요.

 

늘어지게 자고 있는 널빤지 / 5학년 김지현

 

창고에 널빤지가 늘어지게 자고 있다.

방 안에 아빠도 늘어지게 자고 있다.

닭이 꼬끼오 울고 있고

해는 중천에 떠있고

아빠와 널빤지는 아직도 자고 있다.

술을 그만 먹었으면 좋겠다.

 

 

 

비상구 사람 / 5학년 김대한

 

북청사자를 연습한다.

청초관에서 한다.

청초관은 신나게 노는 곳이다.

지금은 살벌하다.

형들이 맞고 있다.

북청사자 선생님한테

자존심의 뺨을 맞고 있다.

비상구 사람이 되고 싶다.

 

 

 

자리 잡고 누운 개똥 / 5학년 이지영

 

 개똥이 길 한 복판에서

자리 잡고 누워있다

“챙챙.”

종이쪼가리가 개똥을 막아준다.

개똥은 안방마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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