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2 / 함민복
암자에서 종이 운다
종소리가 멀리 울려 퍼지는 것은
종이 속으로 울기 때문이라네
외부의 충격에 겉으로 맞서는 소리라면
그것은 종소리가 아닌 쇳소리일 뿐
종은 문득 가슴으로 깨어나
내부로 향하는 소리로 가슴 소리를 내고
그 소리로 다시 가슴을 쳐 울음을 낸다네
그렇게 종이 울면
큰 산도
따라 울어
큰 산도
종이 되어주어
종소리는 멀리 퍼져 나아간다네
'시 한 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쪽 동무들 / 권태응 (0) | 2012.08.23 |
---|---|
빈집 / 이상교 (0) | 2012.08.18 |
밤 눈, 노인들 / 기형도 (0) | 2012.08.01 |
초저녁 / 임길택 (0) | 2012.07.27 |
탁동철반 아이들 시 - 5.8에 쓴 시 (동시마중카페에서) (0) | 2012.0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