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편

죄와 벌 / 김수영

야야선미 2011. 10. 17. 20:01

 

죄와 벌 / 김수영

 

남에게 희생을 당할 만한

충분한 각오를 가진 사람만이

살인을 한다.

 

그러나 우산대로

여편네를 때려 눕혔을 때

우리들의 옆에서는

어린 놈이 울었고

비 오는 거리에는

40명가량의 취객들이

모여들었고

집에 돌아와서

제일 마음에 꺼리는 것이

아는 사람이

이 캄캄한 범행의 현장을

보았는가 하는 일이었다.

-아니 그보다도 먼저

아까운 것이

지우산을 현장에 버리고 온 일이었다. (196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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