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터를 다녀오니 이 분들은
들머리 어느집 안마당에 모여 영정을 모시고 돌아온 사람들을
담너머로 내다보고만 계시데요.
마루에 걸터 앉기도 하고
마당에 서성거리기도 하고
축담에 척 걸터 앉았기도 하고.
영정을 모시고, 유골을 모시고
마지막으로 선생님 사시던 집을 빙 돌 때
우리 모두 젖은 눈으로 그 뒤를 좇을 때
이 분들은 또 모두 나와서 저 건너 밭머리에서
바로 저 눈빛으로
멀찌감치 서 계셔요.
선생님댁을 돌아 다시 동네 어귀를 모두모두 빠져나가자
그 뒤끝을 밟아 또 멀치감치 따라 나오다가
이 분들이 하 짠해서
어느 분 손을 잡고
"'마이 서운 하시지예?" 했더마는
"말로 하니껴."
한마디도 채 못 맺으시고 눈을 떨구데예.
혼자말로 또 그러십니다.
"동네 사람들이 젤로 기럽지더"
다시 손에 힘을 꼭 주어 잡으시면서
"아레께시더. 어데로 가니껴? 하이
병원에 갔다 올끼더. 그라더이.
잘 댕겨오시더 하고 보냈더이......"
띄엄띄엄 말을 채 못 이으시고 꼭 잡은 손에 힘만 더 주셔요.
모두모두 선생님을 따라가고 동네가 휑 한데
이 분들은 멀어져가는 일행을 보고
"빌뱅산이 여근데 어데로 가니껴?
그러고 말 없이 뒤만 바라보고 섰대예.
출처 : 부산글쓰기회
글쓴이 : 야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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