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우랑 서인이랑

요즘 고등학생은 어디에서 노는가

야야선미 2001. 9. 12. 09:29

우리 영우. 시골로 전학간 동무를 만난다고 시내 나가더니 서너 시간이 지났을까 땀을 닦으며 들어옵니다.
"재밌더나?"
"뭐어 그렇지요."
"갸는 와 시골로 전학갔는데? 무슨 문제가 있어 갔나?"
"아아, 어머니는. 또 그래 불순하이 생각한다. 우리를 우예 보는 겁니꺼?"
"아아니, 미안미안. 무슨 깊은 뜻이 있는 건 아이고. 요새는 학교에서 문제 있으면 시골로 전학간다는 말이 떠올라서."
"그래도 그렇지."
"아아, 미안하다 안카나. 그런데 다들 도시로 전학 오는데, 그 아아는 우예 시골로 전학을 갔노? 무슨 사연이 있나?"
"그건 잘 모르겠어요. 지가 말을 안 하는데 못 물어보겠데요."
"그래. 그런데 너거는 시내서 만나면 어데서 만나는데?"
"버스정류장 옆에 뭐 길거리 있잖아요. 거기 길거리 벤치에서 기다릴 때도 있고, 오락실에서도 만나고, 뭐 그래요. 패스트푸드점 같은 데서 만나면 시원하고 좋은데 돈이 많이 들어서. 여자 만날 때는 그런데서 한 번씩 만나고요."
"오락실에서 만나면 일단 오락부터 한판하고 움직이겠네?"
"그렇지요, 뭐. 그런데요 짜슥들이 주로 늦게 나타나요. 기다리면서 오락 다 해서 다 모이면 그냥 나가요."
"다 모이면? 너거들은 어데서 뭐하고 노는데? 고등학교 시절 지난 지 얼마 안되는 것 같은데 내가 너거만 했을 때는 뭐하고 놀았는지 진짜 생각이 잘 안 나네."
"노래방에 가서 한 곡씩 뽑고."
"낮에부터 노래방 가나?"
"낮에 가야 싸죠. 세명 네명이 가면 삼천원이거덩요. 다섯명 넘으면 오천원. 일단 천원씩만 내면 한 시간은 놀거든요. 어떨 때는 삼십분씩 써비스 넣어주고 그래요."
"거기서 나오면?"
"배 고프면 밥 먹고. 안 그라면 막 돌아다니지요. 돈이 쫌 많은 날은 영화 한편 때리고."
"밥 먹을라면 돈 많이 들낀데."
"이천냥 하우스라고 있어요. 아무 메뉴나 다 이천이백원이예요."
"돌아다니면? 어딜?"
"그냥 국제 시장이나 그런데요. 옷집 앞에 가서 저거 내한테 어울리나? 저 가방 저거 돈 생기면 살끼다. 와 핸드폰 저거 샤리하재? 너거들 돈 모아서 내 생일 때 저거 사도. 그라고 싸돌아 다녀요."
"여자들만 그라는 줄 알았더만."
"갈 데가 없잖아요."
"그라고 나면?"
"다리 아파서 집에 가요. 어떤 때는 돌아다니다가 처음에 갔던 데가 또 나오고 그래요."
"참 너거들이 갈만한 데가 없네. 아아들하고 만나서 그래 떠들 때 말고 조용히 이야기하고 싶을 때는 우야노?"
"먹자 골목 있는데 가면 조용한 카페가 있어요. 분위기도 좋고."
"카페? 그런데 너거 들어가도 되나?"
"괜찮아요. 그런데 돈이 많이 들어서 그런데는 잘 안가요. 여자 만날 때는 한 번씩 가지만."
"니도 그런데 가 봤나?"
"한 몇 번. 먹자 골목 있는데 있잖아요. 거기 <인도 가는 길>이라고 있어요. 조그만 테이블이 있고요. 의자 두 개 마주 보고 앉을 수 있게 딱 두 개만 있거든요. 차 같은 거 갖다주고 나서 커텐을 딱 치 주고 나가거든요. 그라면 분위기 좋~쟎아요."
"그라면 분위기 좋은 기가?"
"그렇죠, 뭐."
"커텐 치 놓고, 분위기 좋으면 그기 좋은기가? 그라면 뭐하는데."
"뭐 분위기 끌리면 뽀뽀도 하고. 손도 잡고 그렇지요."
"오잉, 뽀뽀라고라?"
"아아, 또 민감하기는. 와 그래 놀래는데요?"
"아아니, 야 나는 니만할때 손만 옆으로 슬쩍 스치는데 가슴이 딱 멈추는 것같던데. 너거 나이에 벌써 뽀뽀라고라?"
"또오또! 그런 수운 옛날 이야기는...."
"그렇기는 그렇다. 그런데 니도 뽀뽀같은 거 하나? "
"할만하면 하겠죠. 그런데 아무하고 안 해요."
"유주하고?"
"에이, 유주는 그냥 친구라니까."
"그럼 남주하고? 하긴 해 봤구마는?"
"난 아직 뽀뽀하고 싶은 여자 없어요."
"치이, 김샜다."
"아아, 자꾸 뭘 물어봐요? 그냥 그런갑다 하면 되지."
"알았다 고마. 그런데 우리 때만 그런 줄 알았더니 너거들도 참 갈 데가 없네. 우리야 뭐 자취하는 동무들 집에 가서 밤새도록 떠들고 놀다가 그것도 시들해지면 라면이나 끓여 먹었던 기억이 젤 행복한 기억 같다."
"우리도 밤샘하고 싶을 때는 찜질방 같은데 가면 돼요. 거기는 끼리끼리 모여서 이야기하고 놀아도 되쟎아요. 어쩌다가 누구 집 비었다 그라면 한 밤 새우잖아요."
"그래, 거기라도 갈 데가 있으이 됐다."
"그런데 어른들이 안 보내 주면서 그래요."  (2001.09. 12 부산글쓰기회 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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